어디를 가든 엽서 속 세상 같은 스위스는 모든 여행자들에게 동경의 대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막상 스위스에 도착하면 무엇을 봐야 할지 몰라 취리히,제네바 같은 대도시에서 시간을 허비한다.

스위스의 매력은 도시가 아니라 그 바깥에 있다.

푸른 초원,유리 같이 맑은 호수,만년설로 뒤덮인 알프스 등 환상적인 자연을 놔두고 왜 제네바의 유엔건물에서 시간을 보낸단 말인가?

스위스에 간다면 과감하게 차를 몰고 구불구불한 알프스 산길을 달려보자.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스위스의 진면목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옛 로마의 이동로 알부라패스

스위스 동부의 투시스라는 마을에서 알프스 산맥을 관통하는 알부라패스가 시작된다.

해발 2300m를 넘나드는 이 산길은 생모리츠 북단의 라푼트까지 이어진다.

국토의 대부분이 산맥인 스위스에는 이와 같이 패스라 불리는 산악도로들이 많다.

가파른 알프스 산등성이를 따라 이어진 패스들은 만년설 덮인 산봉우리,유리 같이 투명한 호수,새하얀 빙하 등 스위스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알부라패스는 그 중에서도 가장 험한 코스로 현지인들에게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다만 겨울에는 통행이 제한되므로 미리 관광안내소에서 도로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도시에선 느낄 수 없는 거친 알프스,푸르카패스

글레츠와 레알프를 잇는 푸르카패스는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형상으로 악명 높은 산악도로다.

도로 한편이 천길 낭떠러지여서 운전을 하는 내내 마음을 졸이게 되지만,그 밑으로 펼쳐지는 광경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근래 들어 자동차 여행자들을 통해 입소문이 돌면서 조금씩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차를 세우고 쉴 수 있는 공간도 곳곳에 마련되어 있으므로 시간을 내서 천천히 드라이브를 즐겨보자.


▶스위스를 제대로 즐기는 법,하이킹

하이킹은 스위스의 자연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너른 초원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알프스의 차가운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켜 보자.웰빙이 따로 없다.

장시간의 하이킹이 부담되면 피르스트에서 바흐알프호수까지 하이킹을 즐겨볼 것을 권한다.

피르스트 정상으로 향하는 케이블카는 인터라켄 남단의 그린델발트에서 탈 수 있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바흐알프호수를 감상한 후 보르트라는 곳까지 걸어내려가면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할 수 있다.


▶융프라우?이젠 필라투스가 대세!

스위스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으로 단연 융프라우 정상을 꼽을 수 있다.

'유럽의 천장'이라 불리는 융프라우는 오늘날 스위스 여행의 필수 코스로 자리잡았으나 덩달아 산악열차 이용료까지 치솟아 여행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비싸고 관광객이 득실대는 융프라우보다는 중세시대 용이 목격됐다는 필라투스 산맥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필라투스의 산악열차는 세계 최고의 경사각(45도,융프라우는 25도)을 자랑할 뿐만 아니라 올라가는 길의 풍경도 융프라우보다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기차 이용료가 융프라우의 3분의 1 밖에 안 된다.

스위스 국도를 달리다보면 왜 사람들이 그토록 스위스에 열광하는지 공감하게 된다.

인적 하나 없는 널따란 초원 곳곳에 스프링클러를 심어놓은 스위스인들의 열정은 우리가 보고 배워야할 부분이다.

올 겨울,갑갑한 일상 따윈 훌훌 털어버리고 태고의 신비를 그대로 간직한 알프스를 여행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작가 박범진('굴러라 유럽'작가) pineapple@hanafo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