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은행들에 대해 지급준비율을 올린 것은 그렇지 않아도 내리막을 걷고 있는 경기엔 '나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지준율 인상으로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고,대출금리를 올리면 투자 소비 등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특히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시중 돈줄을 전방위적으로 조이고 있어 당분간 내수를 통한 경기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따라서 집값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칫 국내 경기까지 잡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경기영향 제한적"

정부는 한은의 지준율 인상이 경기에 미칠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23일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한은이 정책 금리(콜금리)를 올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 투자 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특히 이번 지준율 인상은 시중 자금의 단기부동화를 완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조원동 재경부 경제정책국장도 "한은의 지준율 인상은 은행들의 무분별한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며 "그 경우 주택담보대출 축소가 소비위축 등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준율 인상으로 소비와 투자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또 "한은의 지준율 인상은 한때 일각에서 거론됐던 대출총량규제보다는 훨씬 시장 친화적이며 경기에 미치는 악영향도 적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반응은 다분히 정부의 '희망'을 담고 있다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

○소비위축 불가피할 듯

전문가들은 한은의 지준율 인상이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일 목적인 만큼 경기에 부정적이란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올 들어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어난 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늘린 것도 있지만 중소기업 대출도 크게 늘렸기 때문"이라며 "지준율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드는 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중소기업 대출도 덩달아 줄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준율이 인상되면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릴 것이란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은행 입장에서 한은에 무이자로 맡기는 지급준비금이 늘어나면 비용이 늘게 돼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은행 대출금리의 인상은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약화시켜 민간소비가 줄어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한은의 지준율 인상으로 경기가 얼마나 악영향을 받을지는 실제 은행들이 대출을 얼마나 줄일지와 대출금리를 얼마나 올릴지 등에 달려 있는 셈이다.

○내년 경기에 악재 추가

물론 한은의 지준율 인상이 콜금리 인상보다는 경기에 제한적 영향을 미치는 건 맞다.

콜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와 은행 대출금리 등이 즉각 인상돼 경제 전체에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지준율 인상은 은행들의 반응에 따라 경기에 미치는 영향의 강도가 달라질 뿐 아니라 영향이 나타나기까지 시차도 있다.

직접적 영향이 아니라 간접적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LG경제연구원 오 상무는 "지준율은 콜금리처럼 자주 변경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강도는 약하지만 상당히 오랜 기간 시중유동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내년 경기까지 지속적인 '약한 악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더구나 집값 잡기에 팔을 걷어 붙인 정부의 전방위 부동산 안정대책이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켜 내년 경기가 예상보다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