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 < 단국대 교수ㆍ도시계획학 >

오르는 집값을 진정시키는 방법은 수요를 억제하는 방법과 공급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신도시건설은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으로 평가된다.

판교와 같은 신도시를 건설하는 데 10조원 내외의 비용이 드는데,이는 크게 토지보상에 드는 용지비,토목ㆍ조경ㆍ도로건설에 드는 대지조성비,그리고 인근 대도시와 신도시 간의 도로와 철도건설에 드는 기반시설비로 구성된다. 신도시에 건설되는 아파트 가격을 낮추는 일은 바로 이러한 신도시의 건설비를 낮추고,또 이를 부담하는 세대수를 늘림으로써 가능해진다.

정부가 발표한 11·15 부동산대책에는 기반시설비에 대한 국고분담,녹지율 조정,그리고 용적률(容積率)의 상향조정이 포함돼 있다. 기반시설비의 국고지원을 통해 총사업비를 줄이고,녹지율 조정을 통해 주택용지를 늘리는 동시에 용적률을 높여 공급 세대수를 늘리면 주택의 분양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신도시와 대도시 간 기반시설 건설의 부담을 지금처럼 입주자가 모두 부담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 분당과 서울 간에 잘 놓여진 도로와 전철은 분당신도시 주민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근 시·군의 주민 모두가 이용하는 것이며,분당신도시 이후에 건설된 택지지구에서는 아무런 부담없이 이용하기 때문이다. 경제원리로 따진다면 도로의 이용자가 부담하는 유료도로로 운영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우므로 중앙정부와 지자체(地自體),그리고 입주자가 분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신도시의 입지와 주변 도로여건에 따라 분담비율과 분담방식이 달라질 수밖에 없으므로 신도시별로 다양한 논의를 필요로 한다.

녹지율이 높다고 반드시 쾌적한 환경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 한가운데 대규모의 중앙공원을 가진,녹지율 30%의 신도시보다 주거단지 사이 사이로 잘 연결되는 공원을 가진 녹지율 20%의 신도시가 더 쾌적할 수도 있다. 또 녹지율이 높아지면 주거용지가 줄어들어 분양가가 올라가게 되므로,신도시의 녹지율을 결정할 때에는 주변 토지이용과 녹지의 분포패턴,그리고 입주자의 부담능력을 고려해야 한다.

전원주택으로 채워진 저밀도 신도시는 쾌적한 환경을 제공해 줄 것이지만 주택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반대로 용적률을 올리면 분양가는 낮출 수 있겠지만 환경의 쾌적성은 떨어지게 된다.

2기 신도시라 부르는 파주,동탄,판교,김포,광교 신도시계획의 화두(話頭)는 친환경 생태도시였다. 분당보다 밀도는 낮아야 하고 녹지는 늘리는 것이 계획의 목표가 되었으며,서울로의 편리한 통근을 위해 엄청난 기반시설 부담이 이뤄졌다. 신도시 건설과 관계가 적은 도로건설도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는 잘못된 관행이 나타나기도 해,분양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경제규모가 팽창하던 1960년대 프랑스의 경우 파리 근교에 건설된 5개 신도시계획에서는 입주자 월소득의 30% 수준에서 임대료와 대출 상환금을 책정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 즉 신도시의 계획 수준을 입주자의 부담능력에 맞추도록 한 '눈높이 신도시'라 할 수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한 다양한 평가가 있을 수 있겠으나,우리 국토가 가진 환경여건과 입주자의 부담능력을 고려한 신도시계획이 이뤄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정부가 발표한 분양가 인하 조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다만 개별 신도시가 갖는 입지적 특성을 더욱 세심하게 배려한 신도시건설이 돼야 한다. 송파신도시는 서울에 건설되므로 땅값은 비싸고 기반시설비는 낮으며,김포나 검단지구는 상대적으로 지가(地價)는 저렴하나 기반시설비 부담이 커지며 주변에 양호한 자연환경이 펼쳐져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신도시의 입지특성을 고려한 용적률,녹지율,기반시설 분담이 이뤄져야 하고,입주자의 부담능력을 고려하면서도 도시환경의 쾌적성을 훼손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