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혁에서 반도체장비, 디스플레이를 거쳐 화장품으로 이어지는 에스엔씨[026220]의 세번째 변신이 성공할까.

최근 전(前) 주미대사 홍석현씨의 투자 덕분에 코스닥시장의 화제주로 급부상한 에스엔씨의 주가 움직임이 의외로 견조하다.

단기 급등주들은 상한가 행진을 지속하다가도 재료의 약효가 소진되고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는 순간부터 주가가 추락하기 일쑤지만 에스엔씨는 대규모 차익성 매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쉽게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월 에스엔씨와의 주식교환을 통해 우회상장한 화장품업체 '에스티씨나라'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대주주의 유명세로 인해 촉발된 투자심리 과열과 주가 급등은 새 출발을 준비 중인 회사와 투자자 모두에게 큰 부담이어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 "이유있는 투자"

에스엔씨는 지난달 30일 홍씨의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상한가 5번을 포함, 7일 동안 상승세를 이어가다 지난 8일 약보합세로 거래를 마쳤다.

덕분에 1천5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1주일여만에 3천원대로 100% 이상 급등했다.

상승 5일째부터 거래량이 폭발하며 치열한 매매 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나 주가는 의외로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거물급 투자자가 거액을 서슴없이 투자를 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일차적인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홍씨는 에스엔씨 외에도 다수의 코스닥 상장사에 투자한 전력이 있다.

지난 7월부터 에스엔씨의 경영을 맡은 이계호 에스티씨나라 회장과 지인 관계인 홍씨는 세자녀를 통해 에스엔씨의 지분 19.59%를 확보한 데 이어 6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까지 인수했다.

홍씨는 우회상장 전부터 에스티씨나라에 엔젤 투자자로 참여해왔다.

에스티씨나라 관계자는 "지인 관계라고 해도 투자 가치가 없다면 투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투자자 입장에서의 다각적인 검토 끝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에스티씨나라 우회상장

에스티씨나라는 지난 8월 주식교환을 통해 에스엔씨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는 대신 에스티씨나라의 최대주주인 이계호 회장이 47.80%의 지분을 확보해 에스엔씨의 지배주주가 됐다.

이른바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우회상장이다.

에스티씨나라는 1992년 설립돼 현재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생활용품 등 세 부문의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산하 생활과학연구소에서 고기능성 화장품과 신약 등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198억원, 화장품 130억원, 기타 생활용품 27억원 등 총 355억원의 매출과 3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며 지난해 7월 장외시장인 프리보드 기업으로 지정된 바 있다.

지난 2000년에는 미국 색조 화장품 전문 업체인 '잉글리쉬 아이디어스'를 인수해 현재 주력 브랜드인 'E.I 솔루션스'를 미국 화장품 전문 매장과 백화점들에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일본과 유럽 시장 진출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에스티씨나라는 이밖에도 세포내 물질 전달 기능을 촉진하는 '에너지워터'의 상품 개발을 마친 것을 비롯해 차세대 항암제, 치매 치료제 등의 신약 개발과 하버드대학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 중인 P62 유전자와 줄기세포 연구, 사막 초지화 연구 등 바이오 분야의 다양한 연구와 기술들을 새성장 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다.

최근 연구개발 성과로 해외사업이 예상보다 빠르게 확대되면서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우회상장을 선택하게 됐으며 앞으로도 연구개발과 국내외 생산설비 확충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를 해나가겠다는 것이 에스티씨나라 측의 설명이다.

◇ 에스엔씨, 세번째 변신

에스티씨나라의 모회사가 된 에스엔씨는 지난 7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상호를 '에스티씨라이프'로 변경하고 신약개발, 유전자 연구, 줄기세포 연구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성진피혁 → 성진네텍 → 에스엔씨를 거쳐 이번이 세번째 사명 변경이며 그 사이 경영주도 두 차례나 바꼈다.

1988년 '성진피혁'이란 피혁업체로 출발해 1995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에스엔씨는 1999년 반도체 검사장비 사업에 뛰어들면서 사명을 '성진네텍'으로 변경했다.

이후 2004년 말 창업주인 여일균 전 회장이 LCD 제조 및 판매업체인 메가비젼에 회사를 45억원에 매각하면서 주력 사업을 평판 디스플레이로 바꿨으며, 2005년 10월 바이오업체인 모던티슈테크놀러지에 투자하면서 사명을 '에스엔씨'로 변경했다.

이어 에스엔씨는 올 7월 에스티씨나라의 이계호 회장에게 55억원에 재매각되면서 화장품 및 건강기능식품에 새로 진출했다.

에스엔씨는 사양 산업인 피혁 사업을 사실상 정리한 데 이어 수익성이 악화된 디스플레이 사업도 정리하는 대신 자회사인 에스티씨나라가 영위하고 있는 화장품, 건강기능식품과 바이오 사업의 일부를 이전받아 새로운 주력 사업으로 삼는다는 구상이다.

에스티씨나라는 주로 제품 개발과 제조를 담당하고 에스엔씨가 마케팅과 판매를 맡는다는 것이다.

◇ 과도한 기대감 '주의'

사업 부진과 누적 적자로 지난해 퇴출 위기까지 몰렸던 에스엔씨는 에스티씨나라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며, 에스티씨나라는 우회상장으로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에스엔씨는 작년 매출액 267억원과 27억원의 순손실로 2003년 이후 3년째 적자 행진을 지속하고 있으며, 올해도 상반기까지 137억원의 매출액과 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적자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에스엔씨 관계자는 "누적 손실이 많아 올해 당장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내년까지는 기다려야 분위기 반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회상장 후 회사를 재정비하고 있는 에스티씨나라도 계획했던 사업 일정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일본 유통전문회사인 STC재팬과 공동으로 당초 올 11월 중 도쿄에서 오픈할 예정이었던 대형 로드샵과 판매대리점 개설은 내년 1월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우회상장 기업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우회상장에 따른 비용 부담과 회사 간 통합도 해결이 쉽지 않은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에스티씨나라는 무엇보다 실적 면에서 탄탄한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다.

에스티씨나라는 올해 매출액 444억원과 순이익 112억원 달성을 목표로 잡고 있다.

이는 작년에 비해 각각 25%와 229% 늘어난 것이다.

에스티씨나라 관계자는 "3.4분기 실적 집계가 아직 끝나지 않아 목표달성 여부를 말하긴 이르다"며 "일본 사업은 현지 사정상 일정을 다소 늦춘 것이며 유럽 시장 진출은 사업 성과가 가시화되는 대로 진행 상황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측에서 향후 성장 동력으로 제시하고 있는 바이오 관련 사업들은 대부분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고 사업성도 검증되지 않은 상태여서 기대감만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에스티씨나라는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부문의 영업 실적은 양호하지만 에너지워터를 비롯한 다른 바이오 부문 사업들은 아직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상태여서 성공을 점치기 이르다"고 밝혔다.

신 연구원은 "특히 대주주의 유명세로 인한 최근의 주가 급등은 과도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앞으로 주가는 물론 회사 경영에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추격 매수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에스엔씨 주요 재무제표>

(단위:백만원)
┌────────┬────┬───┬───┬───┬───┬───┬───┐
│ │2006년 │2005년│2004년│2003년│2002년│2001년│2000년│
│ 구 분 │상반기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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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자산 │10,748 │12,408│13,540│23,183│22,148│25,419│17,267│
├────────┼────┼───┼───┼───┼───┼───┼───┤
│총자본 │2,669 │5,009 │3,434 │7,740 │8,284 │8,406 │7,512 │
├────────┼────┼───┼───┼───┼───┼───┼───┤
│매출액 │13,738 │26,753│24,238│25,992│32,900│33,166│26,384│
├────────┼────┼───┼───┼───┼───┼───┼───┤
│영업이익 │-2,173 │-1,634│-4,772│-366 │517 │1,743 │1,552 │
├────────┼────┼───┼───┼───┼───┼───┼───┤
│경상이익 │-2,389 │-2,769│-2,775│-1,280│343 │1,147 │-5,396│
├────────┼────┼───┼───┼───┼───┼───┼───┤
│당기순이익 │-2,389 │-2,769│-3,791│-851 │164 │908 │-4,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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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감독원>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