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번 사건이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이 주도해 은행의 자산가치를 깎아내리고 금융당국 관계자들이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은행 대주주 자격을 부여하는 등 공모를 통해 빚어진 '불법행위'로 결론을 모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대주주였던 은행을 해외자본에 팔아넘기는 엄청난 일을 과연 실무선에서만 처리했겠느냐는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론스타의 불법행위 여부도 여전히 검찰이 밝혀야 할 숙제다.

○변양호 전 국장 업무상 배임 공모 혐의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의 정부측 핵심인사로 변양호 전 국장을 지목하고 있다.

변 전 국장은 현대차 비자금 사건으로 구속돼 재판을 받다가 지난주 보석으로 석방된 상태다.


검찰은 또 지난 주말 김석동 금감위 당시 감독정책1국장(현 부위원장) 등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당시 금융감독기관에 있으면서 외환은행이 여러 투자자를 물색하지 않고 자격이 없는 론스타만을 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낮추는 등 비밀협상을 추진하는 과정에 적극 개입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또 2003년 7월15일 사모펀드로 은행 대주주 자격도 없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도록 대주주 적격성을 부여하기 위해 모 호텔에 모인 이른바 '10인 비밀회의'에도 함께 참석했다.

변 전 국장은 특히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매각 진행과정에서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협의를 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51%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할인된 신주 발행 허용 등 각종 지원을 해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변 전 국장에 대해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혐의를 검토했으나 여의치 않아 이 전 행장의 업무상 배임 '공모자'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수출입은행→외환은행의 지분구조를 가진 상황에서 재경부 공무원이었던 변 전 국장이 이 전 행장과 짜고 외환은행을 헐값에 론스타에 팔아버렸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의 경우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번 사건은 1997년 외환위기 사건과는 완전히 다르다"며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되는 '정책판단의 오류'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이헌재 전 부총리 소환 계획 아직 없어

검찰은 이번주 중 주요 혐의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수사를 마무리한 뒤 이달 말께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일괄 기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정·관계 로비와 론스타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여전히 '수사 중'인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수사 초기만 해도 검찰은 이 전 행장과 변 전 국장 등이 이처럼 엄청난 일을 단독으로 처리했을리 없다고 보고 압력을 행사했을 '윗선'에 대한 수사도 함께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권오규 당시 청와대 정책수석(현 경제부총리),김진표 경제부총리(열린우리당 의원),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법무법인 율촌 고문) 등을 대상으로 방문·서면조사를 병행했다.

그러나 금융계 막강 인맥의 핵심이자 론스타측 법률자문을 맡았던 김앤장의 비상임고문이었던 이헌재 전 부총리의 경우 소환계획조차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다.

론스타의 회계자문사인 회계법인 삼정KPMG의 고문이었던 진념 전 부총리도 마찬가지다.

채 기획관은 "이 전 부총리의 소환계획은 아직 없으며 신분도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자격"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전 대표 등 론스타측 인사도 아직 신병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막바지에 다다른 론스타 수사 결과 사법처리 범위가 어디까지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태웅·이태훈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