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건설용 토지에 대한 보유세를 완화해달라.''대형 세탁업체의 산업단지 입주를 허용해달라.'

재계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기업에 부담만 지우는 각종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5단체는 8개 분야 120건의 규제개혁과제를 발굴해 7일 규제개혁위원회에 제출했다.

8개 분야 중에서는 최근 침체상태에 빠진 주택·건설사업에 관련된 주문이 36건으로 가장 많았다.

예를 들어 주택사업자가 사업계획승인을 받기 전에 보유하고 있는 주택건설용 토지를 비업무용으로 간주해 재산세와 종부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재계는 주장했다.

건설회사의 세금 부담이 결국 아파트 분양가를 끌어올린다는 것.

건설업계 관계자는 "보통 건설업체들이 토지를 매입한 후 사업계획승인을 받기까지 5년 정도 걸린다"며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지을 경우 5년간 세금을 내면 분양시점에서 가구당 800만원의 세금이 분양가에 더해진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이 밖에 △주택건설과 도시개발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지 취득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법령 위반시 당해 법령에 따라 처벌받은 후 다른 법령에 의해 또 처벌받는 과도한 중복 처벌을 개선해줄 것 등을 요청했다.

기업 활력을 진작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불필요한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예컨대 최근 자동차는 대형화되고 있는데 자동차운반용 트레일러의 길이와 너비를 너무 짧고 좁게 제한해 물류비용이 늘어나고 있다고 재계는 주장했다.

한 자동차 제조업체 관계자는 "길이 제한을 현재 16.7m에서 19m,너비 제한을 2.5m에서 2.75m로 늘려주면 RV승합차는 현재 2대만 싣던 것을 5대까지,승용차는 5대만 싣던 것을 7대까지 실을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적재효율이 20% 이상 늘어나 연간 약 40억원의 물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상운송업계에서는 이중 규제로 불합리하게 내고 있는 부담금을 없애줄 것을 건의했다.

선원법 규정에는 장애인을 선원으로 고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장애인고용촉진법에서는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을 채우지 못할 경우 고용부담금을 지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는 또 대형 세탁업체의 산업단지 입주 허용을 요구했다.

대형세탁업은 대형 기계장비와 폐수처리장을 수반하는 장치산업임에도 서비스업이라는 이유로 산업단지 입주가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세탁산업의 발전과 환경오염 방지를 위해 세탁업의 산업단지 입주를 허용하고 있다고 재계는 주장했다.

재계는 또 과거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이미 대규모로 개발돼 녹지 보존의 실익이 없는 지역에 있는 공장의 경우 개별적으로 검토해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법률 및 지침을 개정해달라고 건의했다.

수도권의 한 제조업체는 1967년 공장부지 15만평을 매입했는데 1971년에 이 부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공장 증축 제한 및 세제상의 불이익을 받고 있다.

이 업체 인접지역은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돼 도시지역개발이 예정돼 있다.

경제계는 이 밖에도 △경영권 위협과 투자저해 요인이 되고 있는 상속세 할증과세 폐지 △성장관리지역에서 BT(생명공학)업종의 공장 증설 허용 △대도시 관광호텔의 교통유발부담금 폐지 △특수목적회사(SPC)에 대한 출자예외 인정 등을 건의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