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후 대북 제재안을 놓고 고심하던 정부가 제재 조치 방향을 내놓았다.

기존 국내 규정을 적극 활용하되 유엔 결의에 부합하도록 관련 규정을 보완하고 개정도 할 방침이다.

이는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 1718호를 이행하기 위한 윤곽을 그린 것이다.

한편으론 미국과 코드를 맞춰 대북 제재에 나서려는 방향으로도 해석된다.

정부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확대나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 조정 등 예민한 부문의 방침은 아직 내놓지 않았지만 유엔 결의안이 지정할 개인,단체 등은 물론 이들과 관련된 △남북교역 △투자 △결제 △송금 등을 엄중 통제키로 한 점에서 그렇다.

○북한 인사 및 가족의 출입 금지

통일부는 유엔 제재위원회에서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제재 대상 인사나 단체 등을 지정할 경우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들을 통제 가능하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지금도 이 법률로써 모든 북한 인사의 출입과 체류를 통제할 수 있으나 유엔의 방침을 엄격히 준수하기로 했다.

유엔 결의안 1718호는 북한의 핵,탄도탄미사일,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도운 인물 및 그 가족들이 유엔 회원국에 입국하거나 거쳐가지 못하도록 했으며,구체적인 명단은 제재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현재로선 미국이 만든 블랙리스트가 준거 기준이 될 수 있을 뿐이다.

미국은 대테러 정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6월 대통령령 행정명령 13382호를 발표한 후 지금까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도운 혐의로 조선련봉총회사,조선룡왕무역,조선광업무역회사,단천상업은행 등 북한 기업 11개,스위스 기업 1개(코하스),스위스인 1명(코하스 사장 야콥 스타이거)에 대해 미국과의 거래를 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남북교역.투자 결제 및 송금 통제

유엔 결의 8조d항은 "각국의 법 절차에 따라 북한의 핵,WMD,탄도미사일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자국 내 자금과 금융 자산들을 동결하고 북한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개인이나 단체들도 자국 내 자금이나 금융자산을 사용치 못하도록 한다"고 규정했다.

정부는 제재위원회가 문제의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내놓으면 이들과의 남북교역·투자 관련 대금 결제와 송금 등을 통제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외국환거래법의 '대북투자 등에 관한 외국환관리지침'을 개정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정부의 독자적 조치는

통일부는 이날 PSI,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사업의 방향과 범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침을 내놓지 않았다.

북한 선박 검색은 기존 남북해운합의서를 근거로 활용키로 하고 향후 조치 검토사항으로만 남겨뒀다.

PSI 참여 확대에 대한 미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유엔 제재위원회의 제재 대상에 두 사업이 지정될 경우를 상정해 PSI 참여 확대나 두 사업의 범위를 수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WMD 공급·이전 금지 조치와 관련해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전략물자 수출통제시스템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행조치를 만들기로 했다.

유엔 제재위원회가 품목 리스트를 정하면 이를 바탕으로 국내 규정을 점검해 보완하기로 했다.

김홍열·정지영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