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림질이 필요없는 메모리 섬유와 산업용 교직물(두 가지 이상의 실을 섞어서 짜는 직물)로 연간 35%성장,무차입 경영과 순이익률 20%,1% 미만의 불량률,야드당 7∼8달러에 달하는 수출단가.'

밀라노나 파리와 같은 유럽의 고부가 의류업체 얘기가 아니다.

전형적인 사양 산업으로 푸대접받고 있는 대구지역 섬유산업의 신성(新星) 신흥통상의 최근 성적표다.

대구·경북 섬유업계가 변신하고 있다.

신제품 개발을 비롯 새로운 마케팅 기법 도입,섬유와 IT(정보기술)산업의 융합 등을 통해 잃어버린 경쟁력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흥통상과 같은 예상치 못한 성과를 내고 있는 업체도 신풍섬유 원창무역 등 하나 둘씩 늘어나는 추세다.

○주력제품 세대교체=섬유업계 주력 생산품목이 바뀌고 있다.

종전 단순 기능의 직물에서 항균 온도조절 등 다양한 첨단기능을 갖춘 고기능성 섬유와 산업자재용 섬유 등이 신주류로 부상하는 양상이다.

다림질이 필요없는 메모리 섬유(신흥통상),대나무를 혼합한 바이오 뱀부(Bamboo) 원사와 고신축성 폴리원사(제원화섬),항균 땀배출 온도조절 기능 등 새로운 기능의 스포츠용 기능성 섬유(신풍섬유),보온발수성이 뛰어난 초경량 고밀도 나일론 박지직물(원창무역),투웨이 기능성직물(대성무역)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첨단 섬유는 단가면에서도 기존 범용제품보다 3∼4배 이상 비싸다.

자연히 수익성도 크게 올라가고 있다.

대성무역 태경코포레이션 등 신소재 생산업체들의 경우 최근 2년 사이 순이익이 2배 이상 급증했다.

이들 업체는 먼저 내수 고급직물시장을 파고들기 위해 최근 서울 동대문시장에 대구섬유마케팅센터(DMC)도 개설했다.

○일관 생산체제 구축=대구·경북 지역 섬유업체들이 요즘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제품 보안이다.

섬유제품의 특성상 어렵게 개발한 신제품 기술이 손쉽게 도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업체는 생산과정에서의 제품 보안을 위해 하청 협력업체 수까지 줄이고 있다.

기능성 섬유업체인 T사의 경우 최근 외부공정 참여업체를 절반으로 줄였다.

S사는 제직 염색 판매의 전공정에 외부 업체의 참여 자체를 없애고 자체적인 일관 생산시스템을 갖췄다.

섬유업체들은 해외 수출에 나설 때에도 제품의 기술적인 정보를 최대한 드러내지 않으면서 마케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있다.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대구 한 섬유업체의 관계자는 "해외 전시회 출품시에도 신뢰성있는 해외바이어가 아니면 신제품을 보여주는 것까지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첨단 IT기술과 융합=한국봉제기술연구소는 봉제기술 개발 뿐 아니라 섬유와 IT 기술을 복합한 스마트 의류기술 등 복합기술 섬유제품 개발에 본격 나섰다.

의류와 IT 기술을 결합시켜 차세대 의류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프로젝트 스마트 G'라는 이름의 융합 의류기술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도성 섬유를 이용한 텍스타일 센싱 밴드(TSB)를 개발,웨어러블 컴퓨터의 응용분야인 U헬스 사업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한국섬유산업개발연구원 류장래 팀장은 "앞으로는 업체별로 고유한 신기술 제품의 보유 여부가 생존에 가장 큰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