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저금리의 경기부진 속에서도 '장바구니 물가'를 안정적으로 떠받쳐온 중국산 저가 생필품의 수입가격이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임에 따라 향후 경제운용에 적지 않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중국발 인플레 우려의 가시화는 특히 '저가'에 의존해 그나마 명맥을 이어온 재래시장 상인과 식당 등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대형 마트(할인점)와 전문할인점 등 '규모의 경제'를 갖춘 대형 유통업체들은 아직 중국산 수입품 가격 상승을 경영합리화 등으로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다는 게 중론이어서 본격적인 서민물가 상승 우려도 커졌다.

○비상 걸린 유통업계

플라스틱 용기류,목재와 가구류 등 대부분의 생활 소품을 중국에서 직매입하고 있는 대형 마트들도 중국산 제품의 가격 상승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양태경 이마트 해외상품팀 바이어는 "중국의 공급업체가 위안화 절상으로 인한 손실,인건비 상승,중국 내 원·부자재 조달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공급 단가 인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며 "단가 인상 대신 한번에 매입하는 물량을 두세 배로 늘려주는 방식으로 타협해왔지만 마냥 버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직매입 물량 확대는 결국 해당 업체에 재고 부담을 높이고,궁극적으로 또 다른 원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형 마트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 신규 출점을 통한 외형 확대가 어려워졌고,따라서 구매력을 더 키우기도 힘들다는 지적이다.

신동화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글로벌소싱팀장은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 지금 추세대로라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중국은 저가 상품 공급처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며 "내년부터는 베트남 태국 등 다른 국가로 매입 루트를 바꾸기 위한 준비 작업을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실제로 올 가을 방글라데시에서 드레스 셔츠를 중국보다 20% 정도 싼 가격에 수입 판매한 바 있다.

○'중국산 대안 찾기'에 나섰지만…

이처럼 유통업체들은 중국을 대체할 상품 조달처를 찾느라 분주하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저가 생활용품점 '에코마트'는 출범 당시부터 상품 조달국을 중국 이외에도 인도 베트남 등으로 다양화,모든 제품의 가격을 1000원에 맞추고도 품질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중국 칭다오,톈진 등의 공장에서 주로 물건을 가져오던 액세서리 무역상들도 최근에는 동남아는 물론이고 저 멀리 아프리카의 모로코 튀니지까지 가서 상품을 사들이고 있다.

이마트 매입팀 관계자는 "중국산의 가격 상승으로 물류비와 운송시간 때문에 상품 조달이 어려웠던 아프리카,중남미까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비슷한 품질의 제품을 싸게 매입할 수 있다면 세계 어느 나라라도 간다는 게 요즘 유통업계의 추세"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품 수송기간이나 비용 등에서 중국만한 적지(適地)가 없다는 게 유통업계의 고민이다.

조민호 다이소 마케팅부장은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지역의 제조원가가 5~6% 정도 중국보다 싸다"면서도 "물류비와 운송시간 등을 고려하면 아직까진 중국만한 곳이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액세서리를 수입하는 수입상 이세경씨도 "30kg 한 박스에 액세서리는 5000개 이상 들어가지만 의류나 신발은 기껏해야 100~150개 정도에 그친다"며 "소량제품은 몰라도 의류같이 한번에 많은 물량을 가져올 수 있는 곳은 아직 중국밖에 없다"고 밝혔다.

차기현·장성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