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자동차그룹의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해 배경과 전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11일 현대차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면서 "현대차의 비자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당내부거래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 수사가 끝나면 조사하겠다고 이미 밝혔었다"고 말했다.

경쟁질서를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불공정 행위 가능성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만큼 조사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고 조사 계획도 이미 밝혔던 만큼 특별한 배경은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올해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부당내부거래 근절에 비중을 두겠다고 밝힌바 있어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현대차 이외의 다른 재벌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또 현재 진행 중인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안 마련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부당내부거래조사 확대되나

공정위는 이번 현대차에 대한 조사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는 사실만 확인해 줄 수 있을 뿐 조사 대상, 조사 기간, 조사 확대 여부 등 다른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집단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 여부는 물론 현대차 계열사 중 이번 조사 대상 리스트에 올라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올해 초 현대차의 납품단가 인하 방침이 논란을 빚자 국회 등에 올해 주요 업무 계획을 보고하면서 "대.중소기업의 상생과 협력을 위해 공정한 하도급 질서를 확립하고 부당내부거래를 근절하겠다"고 강조해 현대차를 시작으로 대기업에 대한 부당내부거래조사가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는 실제 부당내부거래 발생 가능성이 크거나 과거 법 위반 사실이 많았던 대기업집단 10여곳을 지정, 상시 점검하고 있다.

공정위는 또 참여연대가 지난 4월에 발표한 재벌의 편법상속 실태와 관련, 부당 내부거래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 대한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의 상시점검과 참여연대 자료 검토 과정에서 부당내부거래 혐의가 있는 대기업들이 확인되면 현대차에 대한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다른 대기업으로 확대될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현재 경기가 불안한 징후를 나타내는 등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부당내부거래 조사가 다른 대기업으로 확대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출총제 대안 논의에 영향 미치나

현대차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가 출총제 대안 마련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공정위는 현재 순환출자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전제로 출총제를 폐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재계는 조건없는 출총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는 순환출자에 따른 왜곡된 지배구조도 문제지만 순환출자로 유발되는 불공정행위도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폐해라면서 출총제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순환출자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열사라는 이유만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거나 더 비싼 가격으로 물품을 구입해주는 등 계열사 아닌 다른 거래 기업에 비해 부당하게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해 공정한 경쟁질서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부당내부거래가 확인되면 순환출자의 폐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한 뒤 출총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공정위의 주장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총제 대안 마련에 대한 여당과 다른 경제부처의 입장은 공정위보다는 재계쪽에 더 가깝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기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