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가 죽어가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 6월25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의한 자국 병사 납치 후 가자지구에 파상공세를 퍼부으면서 주민들은 이제 기아선상에 놓였으나, 레바논 사태와 이라크전으로 세계의 이목이 쏠리면서 이 곳의 참상은 외면당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이 8일 보도했다.

팔레스타인인 150만명이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인구밀도 속에 살아가고 있는 가자지구는 전역이 파괴돼 가고 있는 중이다.

이스라엘이 모든 교역을 중지시키는 바람에 가자지구의 어부는 먼 바다로 나가지도 못한채 파도 위에서 그물을 던져보지만 허사다.

연일 지상과 공중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이 계속되면서 6월25일 이후 지금까지 262명이 죽고 1천200명이 다쳤으며 부상자 가운데 60명은 팔이나 다리가 절단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의 한 기고문은 "이스라엘 군이 가자지구를 초토화시키고 있다"면서 "무차별적으로 죽이고 파괴하고 폭발시키고 포격하는 행위를 묘사할 적절한 단어가 없다"고 썼다.

이스라엘 병사와 탱크가 자유자재로 드나들면서 가자지구는 재점령된 상태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이스라엘 군이 가옥들을 점거하고 5일간 주둔하다 돌아간 북부 사즈하예 지역에서는 이스라엘 군이 빠져나갈 때까지 팔레스타인인 22명이 죽음을 당하고 가옥 3채가 파괴됐으며 올리브 과수원이 굴삭기로 파헤쳐졌다.

가옥 파괴을 이스라엘 군이 예고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알지 못하는 목소리가 휴대전화를 걸어와 폭격이나 미사일 공격이 있을테니 30분안에 집을 떠나라고 일방 통지하는 경우를 팔레스타인인들은 가장 두려워 한다.

그러나 가자지구와 주민들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는건 단지 이스라엘의 공격만은 아니다.

세계은행이 지난달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요르단강 서안지방과 가자지구는 "유례없는 경제후퇴의 해"를 맞고 있다.

2006년 실질소득은 적어도 3분의 1이 줄었고 주민의 3분의 2 가까이가 1인당 하루벌이 2달러 이하의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추계됐다.

팔레스타인 경찰을 젖혀내고 가자지구의 산업지대로 진격한 이스라엘 군이 철수한 뒤 이들을 대체한 세력은 경찰이 아니라 약탈자들이었다.

가족을 먹여살리기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 하는 이 곳에서는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

가자시티 시장인 안과의사 출신의 마제드 아부-라마단 박사는 "가자는 감옥이다.

사람도 물건도 이곳을 빠져나갈 수가 없다.

주민들은 굶주리고 있다.

빵과 스스로 재배한 토마토와 오이 약간으로 버텨나가고 있다"고 분개했다.

라마단 시장에 따르면 안전지대를 만들려는 이스라엘 군에 의해 오렌지 과수원의 70%가 파괴됐고, 가자지구의 양대 수출품이었던 카네이션과 딸기도 내버려지거나 방치된채 썩어가고 있다.

발전소가 폭격당하면서 전력의 55%가 끊겼다.

2달 이상 계속된 이스라엘의 공격은 올해초 하마스 집권 후 유럽연합(EU)의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재정난에 빠져 있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에 치명타를 가했다.

주민의 3분의 2는 실업 상태고 나머지 3분의 1은 대부분 공무원이지만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집을 잃은 사람들이 헤즈볼라로부터 현금을 배분받은 레바논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이다.

1인당 연간 소득이 이스라엘은 2만달러, 가자지구는 700달러. 가자지구는 이제 지중해의 극빈지로 전락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