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또는 여성이 수술로 반대 성으로 바꾼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폭넓게 허용한 대법원 결정이 나온 이후 성전환자들의 성별 정정 신청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대법원에 따르면 금년 6월 22일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A씨가 호적에 기재된 자신의 성을 `남성'으로 고쳐달라며 낸 성별 정정 신청이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진 이후 지난달 말까지 70일간 성전환자 17명이 전국 법원에 성별 정정 허가 신청을 냈다.

올 들어 1월부터 대법원 결정이 나오기 직전까지 성전환자 30명이 성별 정정을 신청한 것까지 더하면 성전환자들의 성별 정정 신청은 모두 47건이다.

이는 성전환자 22명이 성별 정정을 신청한 2004년이나 28명이 신청한 지난해와 비교할 때 2배 가량 증가한 수치다.

특히 2004년에는 10명, 지난해에는 17명의 성전환자 성별 정정이 허가된 데 비해 올해 들어서는 8월까지 성전환자 31명이 성별 정정을 허가받은 것으로 집계된 점에 비춰 법원의 허가 기준이 완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성별 정정이 불허된 경우는 2004년 10명, 지난해 7명이었으나 올해에는 성별 정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2명에게만 불허된 점도 주목된다.

국내에서 자신의 성에 불만을 갖고 `반대의 성'으로 활동하는 성전환증자는 적게는 1천명에서 최대 3만명으로 추산되고 있어 성별 정정 신청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성별 정정 신청이 폭넓게 허가되는 것은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재판장에 따라 들쭉날쭉 이뤄져 온 하급법원의 성전환자 성별 정정 신청 판단에 대한 법률적 잣대가 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대법원은 ▲반대의 성에 귀속감을 느끼고 있고 ▲정신과 치료가 소용 없으며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은 물론 ▲수술 후에도 바뀐 성으로 활동하고 ▲주위 사람들도 바뀐 성을 허용해야 한다는 성전환자의 성별정정 허가 요건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 등기호적국도 성전환자가 신청서에 첨부해야 할 서류와 법원의 심리 절차, 성별 정정 허가 기준, 호적기재 방식 등에 대한 규정을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국 법원의 폭넓은 성별 정정 허가는 성전환자들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 행복을 추구할 권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마땅히 누려야 한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