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개입장 표명 "여건이 불리한 한국으로 가지 않겠다"

서울 서래마을 영아유기 사건에 연루된 프랑스인 쿠르조씨 부부는 22일 처음으로 공개 기자회견을 열어 영아 유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한국으로 가지 않고 프랑스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쿠르조씨 부부는 이날 투르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밝히고 자신들은 '유기 영아들'의 부모가 아니라는 기존의 입장을 거듭 주장했다.

쿠르조씨 부부가 이번 사건 이래 자신들의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앞서 마르크 모랭 변호사를 통해 혐의를 부인했고 그동안 한국행 여부를 고민해 왔다.

쿠르조씨는 DNA 분석과 관련해 자신은 테스트에 자발적으로 협력했으나 그 결과에 대해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하면서 자신들이 영아들의 부모가 아니라는 사실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자신들은 프랑스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기를 원한다고 쿠르조씨 부부는 밝혔다.

이 부부는 한국행을 거부하는 이유와 관련해 한국의 사법 제도와 언어에 대해 잘 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프랑스에 머무르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쿠르조씨는 또 아내가 해당 기간에 임신한 적이 없고 자궁적출 수술의 경우 수술을 하면서 아기를 낳을 수는 있으나 자신들의 경우는 이렇지 않다며 출산과 상관없이 수술을 받았음을 강조했다.

쿠르조씨의 부인 베로니크씨는 요즘 심경에 대해 악몽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쿠르조씨는 또 한국 언론의 과열 보도 때문에 진실이 왜곡되고 있다며 자신이 갖는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조작 가능성에 관련해 쿠르조씨는 자신이 일하는 분야가 경쟁이 매우 심한 곳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모랭 변호사는 한국보다는 프랑스에서 조사받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유죄 판결이 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하는 원칙이 한국보다는 프랑스에서 잘 지켜진다고 본다고 밝혔다.

모랭 변호사는 또 "한국측 수사 결과가 언론에 즉각적으로 알려지고 있어 수사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서 한국 경찰의 추정 방향이 새로운 사실이 나올 때 마다 조금씩 변해 왔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신을 나타냈다.

그는 여러 추정 중 어느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회피하면서 프랑스 경찰이 수사해서 밝혀낼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이 가진 정보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고 아직 구체적인 사건 관련 자료들을 갖고 있지 않다며 "사건과 관련해 여러가지 변수가 있다"고 주장했다.

모랭 변호사는 한국측의 DNA 검사 결과에 불신을 나타내면서 프랑스측에 검사를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경찰의 수사 방법과 관행이 법 정의에 부합된다고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파리 남서쪽 투르의 시내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프랑스의 주요 언론사 기자들과 한국의 특파원들 50여명이 몰려 열띤 취재 경쟁을 벌여 이 사건에 대한 양국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했다.

한편 주불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쿠르조씨 부부가 한국으로 가지 않기로 함에 따라 형사 사법 공조 협약에 따라 프랑스측에 관련 서류를 넘길 것이라며 구체적인 수사협조 방향은 양측 법무부가 협의해 결정하게 된다고 밝혔다.

(투르<프랑스>연합뉴스) 이성섭 특파원 le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