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5천억원 규모의 부산시 금고'를 잡기 위한 은행간 유치전이 불붙었다.

지난 11일 부산시의 `시 금고 업무(2007∼2009년) 담당 금융기관 지정 기본방침' 발표에 이어 각 은행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면서 `부산시 금고 유치전'에 지역금융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행정자치부 지침에 따라 2003년과 같은 수의계약방식이 아니라 경쟁입찰방식이 도입됐기 때문에 은행간 유치 열기가 어느 때보다도 뜨겁다.

시 금고는 자체 금융거래 규모도 크지만 시 금고 은행의 지위에 따른 여러 가지 덤 효과 때문에 여러 은행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일단 부산시가 기본방침에서 은행간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입찰자격을 시금고 운영 경력이 있는 은행으로 제한함으로써 그동안 물밑에서 조용히 전략 수립과 탐색전을 벌여왔던 6∼7개 은행 중 현재 시 금고 은행인 부산은행과 농협, 과거 운영경험이 있는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등 4개 은행에만 입찰자격이 주어졌다.

현재 일반회계인 주 금고는 부산은행이, 특별회계인 부 금고는 부산은행과 농협이 일정 부분씩 나눠 맡고 있는 만큼 앞으로 유치전은 `부산은행과 농협의 수성', `우리은행과 국민은행의 탈환'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6년 전인 2000년 우리은행(구 상업은행.한빛은행)의 64년 시 금고 아성을 무너뜨린 뒤 2003년 수의계약으로 한차례 연장에 성공했던 부산은행은 수성을 자신하고 있지만 우리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의 도전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부산에 본사를 둔 지역은행이 시 금고를 담당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정서를 프리미엄으로 안고 있다.

부산은행 공공업무팀 박영봉 팀장은 "부산은행은 40여 년간 부산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향토기업이며 지역 중추 금융기관으로, 지역의 대표적 기관고객인 부산시 금고를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금융기관에 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부산시의 금고 지정 및 운영규칙에 따라 각각의 평가항목에서 최고 평가를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지역 내에서 최대의 영업점 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이용 편리성과 같은 강점을 부각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대가 무려 1천400억원대(5년간)의 발전기금을 서울시에 기부키로 하고 서울시 금고에 선정된 우리은행이라 부산은행 측은 이장호 행장을 비롯해 전사적으로 나서고 있다.

박 팀장은 "부산은행은 신규유치가 아니라 수성의 입장"이라며 "만약 수성에 실패한다면 이로 인한 상실감이 은행의 성장에 엄청난 장애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은행의 명운을 걸고 반드시 재유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와 지역금융가에서는 시금고 선정의 잣대인 신용평가, 건전성(BIS), 자기자본이익률 등에 있어 부산은행이 결코 뒤지지 않고, 무엇보다도 지역정서 등을 감안할 경우 주금고 유치전에서는 부산은행이 유리한 입장에 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시 금고 쟁탈전은 현재 부산은행이 맡고 있는 주 금고가 아니라 농협이 주 역할을 하고 있는 있는 부 금고를 놓고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금고업무와 관련한 막대한 인프라 구축과 풍부한 인적자원을 보유한 우리은행이 주 금고보다는 내심 부 금고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농협이 대책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농협은 2000년 시 금고 선정과정에서 부산은행과 우리은행 간 혈투 속에 어부지리로 부금고 지위를 획득했지만 그동안 부금고 은행으로서 무리없이 역할을 수행해 일단 유리한 입장이라고 자체 평가하는 한편 은행권 최초로 자동화기기를 이용한 지방세 조회 및 수납시스템을 개발, 가동함으로써 부산시로부터 후한 점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가 상대인 만큼 농협은 우리은행 등 타 은행의 행보에 주목하면서 나름대로 비책 마련을 강구 중이다.

2000년 지역여론에 밀려 시금고 지위를 부산은행에 내줬던 우리은행은 부산경남동부영업본부에 전진기지를 마련한 채 총력전을 전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당시 `부금고라도 맡겠느냐'는 부산시 제안에 `자존심'을 이유로 사양했지만 영업망 확충 차원에서 주 금고든 부 금고든 일단 시 금고 운영 금융기관이라는 지위를 회복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우리은행 천정우 부산경남동부영업본부장은 "동북아 중심 도시인 부산시에 걸맞은 국제적 경험이 있는 시중은행이 부산시에 필요하다"며 "풍부한 해외점포망과 국제적인 경제전문가를 보유한 우리은행은 각종 해외정보제공 및 외자유치 관련 등 국제업무 자문역할이 가능하다"며 상대적 우월성을 강조했다.

천 본부장은 "무엇보다도 1936년부터 2000년까지 부산시 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금고업무를 수행하면서 부산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고, 관련 인프라와 인적자원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일단 부 금고쪽에 유치전략의 무게를 두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우리은행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주 간사은행으로서 1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제공하는 등 꾸준히 부산시와 일정한 관계를 유지해와 부산은행과 농협의 기득권 프리미엄 못지않은 입지를 굳히고 있다.

국민은행은 일단 입찰자격이 주어짐에 따라 유치전에 뛰어들 채비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편 한때 부행장 지휘 아래 영남사업본부 차원에서 금고 유치에 나섰던 하나은행과 기업은행 등은 응찰 자체가 원천봉쇄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달 21일 해당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금고 지정 설명회를 갖고 9월 중순께 제안서를 접수받아 늦어도 10월 초까지는 금고지정과 함께 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부산연합뉴스) 신정훈 기자 s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