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면서 도심 곳곳의 '심야 피서지'가 각광받고 있다.

한강 둔치,대형마트(할인점),심야영화관 등을 비롯 최근에는 청계천과 중랑천 양재천 성내천 등 서울 곳곳의 생태 하천과 찜질방,자동차 극장,아이스카페 등이 새로운 '열대야 명소'로 떠올랐다.

가족 연인 친구 단위로 여름밤을 나는 다양한 풍속도가 출현하면서 젊은 층 사이엔 열대야가 '극복'이 아닌 '즐김'의 대상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 도심이나 아파트가 밀집한 주택가보다 기온이 5도 이상 떨어지는 한강 주변과 청계천 일대는 여름밤 최고 피서지로 꼽힌다.

한강은 다리 밑과 둔치,시민공원 등 선택의 범위가 넓은 데다 주차장 화장실 등 웬만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객에게 인기가 높다.

청계천은 도심에 있어 접근성이 높은 데다 주위에 문화시설 대형서점 레스토랑 카페 편의점 등이 널려 있어 젊은층이 많이 모여든다.

즉석에서 젊은 남녀 간에 미팅을 갖는 등 온갖 이벤트로 여름밤의 무더위를 저만큼 물리친다.

한강변 난지캠프장은 도심 속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대표적인 가족 단위 피서지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100개의 텐트가 미리 설치돼 있고,자기 텐트를 들고 오는 사람을 위해 40곳의 텐트 설치 장소를 꾸며놨다.

장마 직후 무더위가 본격 시작되면서 이용객이 급증,최소 1주일 전에 예약을 하지 않고는 이용이 불가능할 정도로 초만원을 이루고 있다.

직접 텐트 등 장비를 가져오는 경우는 입장료 1만5000원(4인 기준)만 내면 된다.

설치된 텐트를 빌려 쓸 경우 4인용 기준으로 1만3000원의 대여료를 더 내야 한다.

이 밖에 담요 매트리스 랜턴 등을 다 빌려쓰더라도 총 비용이 5만원을 넘지 않는다.

지난 2일 이곳에서 자녀 둘과 캠핑을 한 이모씨(49·서울 성산동)는 "별로 사용할 일이 없는 캠핑 장비를 빌려주는 게 좋았다"며 "오랜만에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애들과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푹푹 찌는 한여름밤 무더위를 한강변 낚시로 물리치는 심야 강태공족(族)도 부쩍 늘었다.

한강 본류와 여의 지류가 합쳐지는 당산철교 일대와 한강과 안양천이 합류하는 성산대교 부근 등에는 매일 밤 수십명의 낚시꾼들이 모여든다.

중랑천과 양재천 탄천 등에서도 적지 않은 강태공들이 드리운 낚시줄과 랜턴 불빛이 무더운 밤의 열기를 식히고 있다.


○얼음방형 찜질방,아이스 카페 '고맙다 열대야'

찜질방들은 '눈오는 방' '얼음방' 등 온 몸을 오싹 얼어붙게 만드는 겨울 체험 시설을 설치하는 등 발빠른 변신으로 한여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 밖에도 영화관 PC방 식당 등 다양한 오락·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열대야를 식히려는 가족들의 발길이 쏠리고 있다.

서울 홍익대 주변과 강남 등에 문을 연 이색 카페는 젊은 연인들 사이에 최고의 '열대야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홍대 앞에 위치한 '써브제로'의 경우 벽과 의자,탁자,술잔이 모두 꽁꽁 얼어 있는 그야말로 '아이스 바(bar)'다.

실내온도가 영하 4~6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점포측에서 제공하는 방한복과 장갑을 착용해야 할 정도.

강남 신촌 등의 발을 물에 담근 채 차와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이색 카페들도 손님이 몰리면서 새벽 2시까지 영업시간을 연장했다.


○B급 호텔들도 '열대야 대박'

서울 강남과 영등포 등지에 있는 'B'급 호텔들도 7월 말 이후 객실 예약률이 80%에 달하며 열대야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들 호텔 객실 수준은 특급 호텔에 버금가지만 가격은 5만~6만원대에 불과하다.

대형 TV와 컴퓨터,호텔 내 노래방 시설을 갖추고 있어 젊은층 사이에 '열대야 피난처'로 인기가 높다.

열대야 현상과 흥행 돌풍을 이어가는 영화 '괴물' 등의 영향으로 심야 영화관도 관객이 크게 늘었다.

이달 들어 롯데시네마 영등포관 등 극장들이 잇따라 24시간 상영 체제로 전환하는가 하면,CGV와 정동 스타식스 등은 공포영화 3편을 연달아 상영하는 패키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외식업체들,'심야 주문 대환영'

서울 청계천광장 주변의 베니건스,스파게티야 등 외식 업체는 열대야를 피해 나온 가족 단위 산책족이나 심야 데이트족들이 쏟아지면서 이번주 들어 오후 9시 이후 매출이 평소보다 30~5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청계천 주변 외식 업체들은 열대야 특수를 겨냥해 앞다퉈 영업시간을 새벽 1시까지 연장하고 있다.

'올빼미' 쇼핑족이 늘면서 대형 마트 업계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이마트의 경우 최근 3일간 오후 6~12시까지 6시간 매출이 하루 전체 매출의 절반(49.8%)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들은 대부분 점포의 영업시간을 밤 12시나 새벽 1시까지로 연장했다.

서울 명동과 동대문 일대의 쇼핑몰도 냉방시설이 훌륭해 심야 피서와 쇼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최진석 정동현 최보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