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자신이 갖게 된 놀라운 힘을 즐기는 것 같다. 그의 발언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겠다."(서울 외환시장 딜러)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한 것일 뿐 버냉키 의장의 신뢰성엔 문제가 없다. 경중(輕重)을 어디에 뒀느냐 하는 해석의 문제일 뿐이다."(한국은행 관계자)

버냉키 의장의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될 것"이란 발언이 전해진 20일,전 세계 주가가 급등하고 달러가치가 떨어졌다. 서울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FRB 의장의 발언이 너무 가벼운 것 같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한은의 한 관계자는 "FRB의 기존 입장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해석했다.

외환시장에 정통하다는 평가를 받는 두 사람의 반응은 이렇게 제각각이었다.

버냉키 의장은 지난 2월 취임한 뒤 헷갈리는 발언으로 전 세계 시장을 뒤흔들어 왔다.

4월에는 "금리인상을 잠시 쉴 수 있다"고 말하더니 5월 들어선 "앞으론 금리정책을 경제지표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말을 바꾸고,6월에는 "미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을 차단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며 지속적인 금리인상을 시사하기도 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오늘(20일) 밤 하원에서 버냉키 의장이 발언을 할 예정인데,이번에는 어떤 말을 해서 시장을 흔들지 모르겠다"며 "전임 그린스펀 의장은 발언을 해석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모호하긴 했어도 방향 자체를 수시로 바꾼 적은 없었는데,버냉키 의장은 좀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발언을 할 때마다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외환 포지션을 정하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오는 8월1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예정돼 있는데,이보다 이틀 앞선 8일 미국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가 열린다.

"경기상황과 유가,환율 변수 등을 고려해 콜금리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한국은행의 공식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고 있다.

버냉키 의장이 국내 주식시장과 외환시장 자금시장뿐만 아니라 통화당국의 정책마저 흔들고 있다고 국내 시장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승윤 경제부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