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에 이른바 '버냉키 랠리(주가급등)'가 펼쳐졌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9일과 20일(현지시간) 상원과 하원에서 잇따라 가진 '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통해 금리인상 행진의 중단을 시사했다는 해석 덕분이다.

월가에서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감을 덜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으로 속단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의회에서 "기록적인 수준의 고유가로 인플레이션이 우려되지만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가 인플레 압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팽배해진 인플레이션 우려감의 근거를 고유가와 원자재가 급등에서 찾았다.

"이런 위험요소를 FRB 정책에서 감안해야 한다"고 말해 추가 금리인상 필요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인플레 압력보다는 미 경기둔화의 '효력'이 더 클 것으로 진단했다.

구체적으론 "주택시장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 등이 인플레 압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둔화 요인이 인플레 압력보다 큰 만큼 금리인상 행진의 중단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특히 "언젠가는 연속적인 금리인상이란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해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기도 했다.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뉴욕증시를 비롯한 세계 증시는 급등했다.

채권값은 상승(수익률 하락)했고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다.

월가에서는 그러나 버냉키 의장의 발언만으로 당장 8월8일 FOMC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점치는 건 지나친 무리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날 발표된 6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0.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택착공건수는 전달보다 5.3% 감소하는 등 버냉키 의장의 지적대로 경기둔화 기미가 뚜렷했다.

이런 상태를 방치할 경우 잘못하면 '저성장하의 물가상승'이라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도 있다.

자산운용사인 RBS그리니치의 스티븐 스탠리는 "버냉키 의장이 비둘기파와 매파 모두를 만족시키는 발언을 했다"며 "이는 언젠가 금리인상을 중단할 것임을 시사했을 뿐 당장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버냉키 의장의 발언은 고유가로 놀란 투자자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가져다주기엔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이프리퀀시의 이안 셰퍼드슨은 "FRB의 금리인상조치가 시간적 격차를 두고 인플레 진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다는 사실만으로 호재"라고 평가했다.

결국 월가의 의견은 금리인상 중단이 당장 8월8일은 아니더라도 임박했다는 것에 모아지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