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나라' 미국에서 무선 인터넷이 야구 경기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아직은 무선 인터넷 활용 범위가 제한돼 있지만 머지않아 사용 범위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한때 최희섭 선수의 소속팀으로 우리나라 야구팬들에게 친숙한 '시카고 컵스'.앞으로 이 팀은 메이저리그 구단 중 처음으로 무선 인터넷을 경기에 활용한 팀으로 야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 같다.

컵스는 지난달 중순 덕아웃에 있는 코치진이 '휴대폰 푸시투토크(push to talk) 서비스'를 이용해 불펜에 대기 중인 투수들과 통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서비스는 휴대폰에 고유 IP(인터넷 주소)를 부여,이동전화 통신망을 이용하지 않고 상대방과 통화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상대방에게 말할 때는 버튼을 누르고 상대방의 말을 들을 때는 버튼을 떼야 하는 무전기와 통화 방식이 같아 '푸시투토크'란 명칭이 붙었다.

컵스가 홈구장인 링글드필드에서 덕아웃과 불펜 사이에 전화를 놓은 것은 1950년대.아직도 많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덕아웃과 불펜을 전화로 연결하고 있지만 컵스는 50여년 만에 이 같은 전통을 바꿔 놓았다.

컵스의 마케팅 및 방송 책임자인 존 맥도너프 부사장은 "메이저리그 역사에 무언가 '첫 번째'로 기록된다는 것은 무척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선 인터넷이 이런 저런 방식으로 야구경기에 활용된 것은 컵스가 처음이 아니다.

메이저리그보다 주목받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선 이미 무선 인터넷이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래틱스' 계열의 마이너 구단인 '밴쿠버 캐나디언'이 대표적이다.

캐나디언의 홈구장에선 무선랜(Wi-Fi) 사용이 가능하다.

또 코치들은 선수의 타격 결과나 투구 수 등을 엑셀 프로그램에 입력한 뒤 매주말 인터넷으로 모(母) 구단(오클랜드 애슬래틱스)에 보낸다.

성적이 좋은 선수는 작은 선물을 받을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도 한 발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캐나디언에서 타격코치를 맡고 있는 베니 윈슬로는 "가령 투아웃 상황에서 주자가 득점권에 있을 때 어느 타자가 잘 치는지를 아는 게 경기 결과를 좌우한다"며 "이렇게 하는 것(선수들의 성적을 통계화해 인터넷으로 모 구단에 보내는 것)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콜로라도 로키스' 계열 마이너팀인 '트리시티 더스트데블'의 홈구장에선 투수들이 던진 공의 속도가 실시간으로 측정돼 외야 전광판에 표시된다.

여기에도 역시 무선 인터넷이 활용된다.

또 이 구장에선 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 나오는 음악이나 홈런이 터졌을 때 나오는 음악 등이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자동으로 제어된다.

한 마이너리그 관계자는 "머지않아 경기 상황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접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가령 타자가 데드볼을 맞았을 경우 어느 부위에 맞았는지도 인터넷을 통해 바로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