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미술은 참 별나게 보일 때가 있다.

커다란 상어를 통째로 포르말린액에 넣어 박제하거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선반에 약들을 채워놓은 작가에게 세계 미술계는 찬사를 마다 하지 않는다.

언뜻 듣기엔 도저히 미술과 연관 지을 수 없는 이 작품들의 작가가 바로 영국 출신의 데미안 허스트다.

1980년대 후반 대학원생이었던 작가는 공장을 빌려'프리즈(Freeze)' 전시회를 열었다.

이 전시회는 세계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며 1950년 팝 아트 이후 잠잠했던 영국 미술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마크 퀸 외에 샘 테일러-우드,존 아이삭,길버트 앤 조지,게빈 터크,게리 흄,앤서니 곰리,제이크 앤 디노스 채프만 형제가 바로 yBa(young British artists:영국의 젊은 예술가들)의 대표적인 작가들이다.

이들은 설치,사진,비디오 작업을 통해 현대 미술의 영역을 끊임없이 넓혀가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회화나 조각 작업을 할 때에도 인간과 환경의 관계,혹은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과 삶을 바라보는 낯선 시각을 통해 끊임없이 사회와 개인이라는 주제를 탐구하고 있다.

젊지만 철학적 무게가 있는 그들의 작품은 영국의 광고재벌이자 현대미술 컬렉터인 찰스 사치(Charles Saatchi) 덕분에 세계 미술시장에서 대표적인 불루칩 작가들로 대접받고 있다.

젊은 작가들의 성공신화는 뉴욕에서 그 열기를 더하고 있다.

뉴욕의 갤러리스트와 큐레이터들은 졸업을 하지도 않은 미대생들 중에서 될성부른 떡잎들을 주시하고 있다.

1976년생인 다나 슈츠는 2002년 컬럼비아 미술대학 석사 재학 중에 데뷔한 신데렐라다.

지구가 멸망한 후 살아 남은 최후의 인간인 프랑크를 중심으로 그린 12점이 모두 매진돼 현재 수만달러에 작품이 거래되고 있다.

한국미술계에도 요즘 젊은 작가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 아트 페어나 옥션을 통해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소개되고 있는 요즘 일각에서는 이들에게 yKa(young Korean artist:한국의 젊은 작가들)란 이름까지 붙여주며 한국 미술의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재료와 소재 그리고 젊음으로 만들어지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가진 무한 한 가능성이 늘 예술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 명의 작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지원할 수 있는 갤러리가 필요하다.

매해 수많은 별들이 쏟아지는 미술계에서 눈앞의 이익만을 좇다가는 진정한 예술가로 살아남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작품의 가격 변동에 연연하지 마라. 그리고 젊은 작가들의 이력과 작품의 질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능성 그러나 그 가능성이 예술과 함께 폭발할 때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바로 젊은 작가를 대하는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표화랑 표미선 대표 pyogallery@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