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보석으로 풀려나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함에 따라 그의 '병상(세브란스) 구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달간의 수감생활로 악화된 건강상태를 고려하면 당장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는 힘든 상황.정 회장은 이에 따라 노사협상을 비롯한 긴급 현안 위주로 경영을 챙기되 조직개편과 인사 등 시스템 정비 작업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추진하는 '정중동(靜中動)의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 회장은 '절대안정이 필요하다'는 병원측 권고에 따라 당분간 건강 회복에 주력하면서 긴급한 사안에 대해서만 보고받고 결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수뇌부도 꼭 필요하거나 정 회장이 찾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병원 방문을 자제키로 했다.

정 회장의 경영활동도 '판단'과 '지시'보다는 '구상'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선 정 회장의 건강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규모 인사나 조직개편 등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한동안 검찰 수사로 실추된 그룹의 대내외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회에 글로벌 기업에 걸맞은 지배구조를 갖추고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국민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임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감성경영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은 구속수감 중 정의선 사장을 통해 대필한 옥중서신에서 "평소 임직원들의 노고에 칭찬과 격려가 많이 소홀했던 것은 아니었나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임직원의 애로사항을 좀더 깊이 헤아리지 못한 점도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밝힌 적이 있다.

다만 시급한 현안인 노사협상과 그룹의 운명이 걸린 글로벌 프로젝트인 현대차 체코 및 기아차 미국 공장 기공식 등은 정 회장이 직접 챙길 가능성이 높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