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志哲 <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 jcoh@kcta.or.kr >

서울중앙지법이 지난달 기독교단체가 영화배급사를 상대로 낸 '다빈치코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棄却) 판결을 내린 것은 기본적으로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영화의 내용이 허구임이 명백하고,우리사회의 평균인이 예수의 생애나 기독교에 대해 가지고 있는 관념이나 신념이 영화로 인해 바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판결이유로 들고 있다.

문제의 '다빈치코드'는 영국출신의 대중소설가 댄 브라운이 뛰어난 상상력과 글솜씨를 바탕으로 '아더왕'전설에 나오는 성배이야기와 정통교회에서는 이단으로 취급되는 '필립복음서'내용, 그리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르네상스 회화 '최후의 만찬'을 적절히 버무려 만든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다.

그런데 소송을 제기(提起)한 기독교 단체는 작품의 내용이 그리스도의 신성과 성경의 진리를 모독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수학교수인 아버지와 종교음악을 전공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영어교사 출신인 작가는 커다란 논쟁을 일으킬 만한 자극적 소재를 선택해 종교,비밀 조직,구전,기호학,예술의 역사 등 일반인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분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동원,흥미진진한 스릴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는 기원 후 1세기 역사의 시대적 배경을 무시하고 작가의 입맛에 따라 자의적(恣意的)으로 해석한 대목과 시온수도회,오푸스데이,템플기사단 등의 역할에 대한 왜곡(歪曲) 등이 무수히 담겨져 있다. 상업적으로 철저히 계산된 픽션을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는 놀라운 재주를 가지고 있는 작가는 인도 브라질 한국 등 전 세계에서 벌어진 논란을 충분히 예상하고 내심 즐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문제는 우리 종교계의 반응인데 지금까지 국내외 영화를 가리지 않고 종교계의 신념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상영이나 제작 자체를 반대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십자가 고통 중에 예수의 환상을 소재로 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은 제작된 지 14년이 지난 1998년에야 비로소 국내에 수입돼 단관 개봉됐고,임권택 감독의 '비구니'와 성철스님의 일대기를 영화화하는 계획은 제작단계에서 중단됐다.

그러나 영화감독 론 하워드의 말처럼 '다빈치코드'는 흥미로운 소재를 정교하게 짜맞춘 픽션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너무 과민한 반응은 때로는 이해와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고 오히려 상업적으로 이용당할 수도 있다.

우리 국민이 영화의 내용을 사실로 오인(誤認)할 정도로 판단력이 부족하거나 상업영화 한 편을 보고 믿음이 흔들릴 정도로 종교적 신념이 허약하지는 않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