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이들도 가끔 틀리는 모양이다.

철학자 니체는 인간에 대해 '격려받아야 하는 유일한 동물'이라고 했다는데 애완견을 키우다 보면 꼭 그런 것 같진 않다.

강아지도 말만 못하지 격려와 칭찬에 한껏 힘을 받는다.

작은 재주라도 "잘한다" 고 추어 주면 더 잘해보려 이리저리 궁리하고 애쓴다.

남의 평판에도 신경을 쓴다.

길을 가다 다른 개를 만나면 재빨리 온몸의 털을 털고 자세를 가다듬는다.

그런 다음 그 개나 주인의 주목을 끌어보려 고개를 들고 점잔을 빼거나 평소 칭찬받던 행동을 해보인다.

저쪽의 반응이 괜찮다 싶으면 으쓱거리며 얼굴 가득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심지어 물고기도 주위의 호감을 사거나 좋은 평판을 얻으려 이타적 행동을 한다는 보고다.

호주 퀸즐랜드대에서 연구한 결과 물고기 세계에서도 공생관계가 유지되는데 개중엔 상대를 속여 제 이익만 취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아무 이득 없이 남을 도움으로써 인기를 끄는 무리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니 사람이야 두말할 것도 없다.

삶의 무게에 짓눌렸던 사람도 "힘내"라는 말 한마디에 기운을 차리고,저밖에 모르던 이기적인 이도 "당신 덕에 살았다"는 칭찬에 제것 아까운 걸 잊는다.

심술궂던 사람도 누군가 자신을 좋게 평했다는 말을 들으면 그 사람 앞에서만이라도 부드럽게 굴려 노력한다.

워런 버핏이 전 재산의 85%인 374억달러(약 36조원)를 기부한데 이어 성룡도 재산 절반을 내놓겠다고 나서면서 그렇지 않아도 좋던 평판이 수직상승중이다.

세간의 평판을 높이자고 한 일은 아니었을 테지만 뿌듯할 테고 칭찬을 받으니 나누는 기쁨 또한 생각보다 한결 더할지 모른다.

"이 세상 끝에 남는 건 친절과 따뜻한 마음씨로 쌓아올린 덕행뿐"(법정스님)이라지만 내것을 나누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려고 했던 일도 억지로 시키면 하기 싫어지는 게 사람이다.

애써 모은 재산 내놓고 좋은 소리 못듣는다 싶으면 억울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부자의 마음을 열 수 있는 건 강요나 의심의 눈초리가 아닌 아낌없는 박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