羅城麟 <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

세계 16강이 되기를 염원하며 모든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우리 축구팀을 응원한 월드컵 열기도 끝났다.

200만명에 가까운 시민들이 밤새 하나된 목소리로 길거리응원을 하던 모습은 바로 21세기 무한 경제경쟁시대에 우리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국민통합의 모습이었다.

왜 우리는 스포츠경쟁에선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하나가 되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경제경쟁에서는 그러지 못할까.

우리 국민들이 매년 경제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몇 위가 되었는지를 궁금해하면서,유엔에서 그 순위가 발표되기 며칠 전부터 온 국민이 길거리에 나와 우리 경제를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 나라를 지역별,세대별,계층별로 갈기갈기 찢어 놓고 세계 경제경쟁에 나선 우리 대표선수들을 끌어내리고 폄훼(貶毁)하던 참여정부가 5·31지방선거 참패 이후 잠시 반성하는가 싶더니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원상복귀하고 있다.

고가주택 소유자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밀어붙이던 부동산대책이 선거패배의 주요 원인인 줄 알면서도 조그만큼의 보완도 거부하는 편협함.자원이라곤 사람밖에 없는 나라에서 인재양성에 지대한 공헌을 해 온 사립학교들을 싸잡아 범죄집단 취급하는 사학법의 문제점을 알면서도 조그만큼의 보완도 거부하는 우매함.우리 교육경쟁력의 최소한의 버팀목인 자립형 사립고와 외국어고를 고사시키려는 교육부총리의 기회주의적 처신.현 정부의 친북반미행태를 우려하는 국민들의 표심(票心)을 비웃기라도 하듯 친북좌파세력들이 휘젓고 다닌 6·15 기념행사를 전폭지원한 정부의 비굴한 처신.그 동안 틈만 나면 국민을 열 받게 하는 막말을 쏟아내다 또 다시 5·31 참패의 원인을 뭘 모르는 국민 탓으로 돌리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은 정말 뭘 모르는 대통령 비서실실장의 적반하장(賊反荷杖).개혁의 방향이 잘 못돼 민심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아 민심을 잃었다고 우겨대는 청와대와 일부 여당의원들의 무지몽매(無知蒙昧)함.

이 모든 현상들이 이들의 판단능력과 국정운영 능력으로는 치열한 경제경쟁시대에 절실하게 요구되는 국민통합을 이끌어낼 수 없고 따라서 우리가 무한경쟁의 경제경쟁에서 살아남아 선진국이 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그런데 더욱 답답한 건 이러한 잘못된 정권에 대한 대안으로 상당수 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의 원상복귀이다. 이들은 5·31 승리가 마치 자신들이 잘 해서 이룬 것처럼 오해하고 있다. 그리하여 떠난 사람,나서선 안될 사람들이 전면으로 재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수구회귀(守舊回歸)적 행태는 중도와 합리적 좌파를 끌어안음으로써 국민통합을 이뤄야 하는 대안정당으로서의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게 할 뿐이다.

기업주가 구속되고 기업 존망이 화급한 상황에서 12년 연속 파업을 하는 현대자동차 노조로 대표되는 우리 노조의 이기적이고 정치적인 행태도 경제경쟁시대의 국민통합을 해치고 있다.

이번 월드컵경기에서 보듯 부족한 기술력과 창의력이 투혼과 팀워크, 그리고 절대적 국민응원에 의해 메워져 불가사의(不可思議)한 한국축구의 경쟁력으로 나타났다.

자원도 기술력도 창의력도 부족한 우리 경제도 그동안 우리 축구와 같은 불가사의의 경쟁력을 유지해 왔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경쟁력이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이런 추락을 막기 위해 우선 시급한 건 정부여당부터 5·31 민심을 겸허히 받아들여 사학법을 비롯해 국민통합을 해치는 개혁입법들을 수정보완해서 경제활성화와 민생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그리고 북한과의 통합에 앞서 남한 내 통합을 먼저 이루어야 한다.

더 나아가 여야를 막론하고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수구적 행태를 버리고 국민통합에 나서야 한다.

그리하여 온 국민이 우리나라의 경제력 순위가 올라가는데 일희일비하며 하나가 되어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싶다.

/안민정책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