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영국 산업혁명기에 작업장의 장인이나 농촌 가내수공업자는 공장 임금이 상대적으로 높아도 공장노동을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공장 작업에 적응할 산업노동자군이 형성되기 전까지는 여성,아동,외국인 노동인력이 주로 공장일을 했다.

이는 공업화 초기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빚어진 현상이다.

여성,아동노동을 동원한 것은 인구의 성별,연령별 구성,교육,가족제도 요인뿐 아니라 새로운 생산기술 도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산업혁명은 직물 석탄 철강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이뤄졌으나 선발주자는 면직이었다.

면직업의 주요 기술 혁신인 제니기,수력방적기 기술은 단기간에 익힐 수 있고 강한 체력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여성,아동노동이 유용했다.

수력을 쓰는 초기 공장을 수력이 풍부한 지역에 세우다 보니 인근에 인구가 적어 노동력이 부족했다.

이 공장에 18세기 말부터 인구가 급증한 인근 교구의 구빈원 원아들이 이송되어 몇 해씩 노동했다.

그러다가 증기를 쓰는 공장이 인구가 조밀한 탄광지대에 들어서면서 노동력 부족난이 해소되자 구빈원 원아노동이 사라졌다.

이후 자유 미성년 노동고용이 널리 퍼졌다.

그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아동노동의 이점은 더욱 중요한 데 있었다.

아동노동자는 유순했고,성년노동자보다 통제하기 쉬웠으며,임금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들에게 가해진 각종 체벌얘기는 끔찍할 정도다.

산업혁명 말기에도 아동노동의 비중은 컸다(표). 1830년대에 기술이 더욱 진보하여 신형 뮬과 자동방적기가 도입됐다.

가계소득이 증가하고 아동노동규제법이 실시되면서 아동노동 비율이 떨어졌다.

공장 규율과 정확성에 단련된 신세대가 성년층이 된 것이 바로 이 무렵이다.

요컨대 아동노동은 산업자본주의가 최초로 뿌리내리는 결정적 시점에 근대적 산업노동 형성의 맹아를 제공했다.

임금노동 확대에 따라 성인남자,여성,자녀의 일터가 각각 분리되었고 가족 유대가 소원해졌다.

공장에 취업한 자녀가 부모 통제에서 벗어나 독립할 수 있게 된 동시에 저임금,고용 불안으로 이전보다 더욱 열악한 위치로 전락할 가능성도 커졌다.

이 시기에 아동노동의 복지는 하락했다.

18세기 말 이후 유아 사망률은 계속 감소하지만 위생 조건이 나쁜 공장지역 노동자의 평균수명은 20세 미만이었다.

1840년께 공장지대 노동자 자녀의 60%가 전염병 때문에 5세 이전에 사망했다.

공장제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 대중과 의회의 공격대상이 되면서 1802년부터 여러 차례 공장입법이 제정되었다.

특히 1833년 공장법은 사실상 효력을 가진 최초의 공장법으로,모든 직물공장에서 9세 미만 아동의 고용을 금지하고 그 이상 연령의 아동 노동 시간에 제한을 두었다.

또한 공장주가 초등학교를 의무적으로 세우게 했다.

이것은 가족경제 내에서 교육을 분리하여 의무교육을 법제화한 것을 뜻한다.

근대적 의무교육이 없었던 시절 공장법의 의미는 컸다.

영국에서 초등학교 무상 의무교육이 일반화한 시기는 19세기 말이다.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여성은 주로 우유짜기 방적일,남성은 쟁기질 직조일을 하는 성별 분업이 있었으나 이 분업이 엄밀히 구분되지는 않고 대부분 가족 단위였다.

영국에서부터 새로운 성별 노동분업이 등장했다.

남성이 가족을 부양하고,여성은 무보수 가사노동 육아 가내수공업에 집중했다.

극빈층 여성이나 미망인이 미혼여성처럼 가정 밖에서 전업 임금노동을 했다.

여성의 임금노동은 일반적으로 허드렛일이었고 독립적 생활이 가능하지 않은 수준의 임금을 받았다.

왜 성별 분업이 형성되었는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산업사회의 노동이 가사노동,육아 방식과 충돌하여 기혼여성이 진입하기 어려워서 △초기 도시의 빈곤 상황에서 산업사회에서 살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좋은 직업을 남성이 독점하려는 가부장적 욕구 때문에 △새로운 산업체계에 대한 집단적 반응 때문에(예를 들어 풍기문란 예방 등)라는 주장이 있다.

한편 산업화는 여성에게 한 가지 변화만이 아니라 삶의 사이클을 가져다 줬다.

어린 시절에는 노동자로 가족경제에 중요 역할을 했다.

결혼하면 자녀 나이에 따라 여성 노동의 리듬이 다시 바뀌었다.

즉,여성 노동이 어느 나라에 존재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경을 초월하여 어떤 산업화 단계와 구조에 놓여 있는가가 곧 여성의 삶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아동노동은 눈에 띄지 않으며 고급 여성인력도 급성장했다.

그런데 미숙련 노동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된 외국인 노동에 관한 부끄러운 뉴스가 많이 등장한다.

공업화 초기의 바람직하지 않은 경험이 재현되지 않도록 지혜를 발휘할 필요가 있다.

서울대 경제학 dyang@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