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양을 위해 콜금리 인상에 소극적이던 한국은행이 부동산 시장 안정을 염두에 둔 금리 인상 카드를 빼들었다.

한은은 민간 연구기관들의 전망과는 달리 하반기 경기가 괜찮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 대응하고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잠재우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커다란 악재가 추가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올해 하반기에도 경기 상승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매우 낙관적인 전망을 편 것도 '물가 안정'과 '부동산 가격 안정'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간접적으로 천명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주가가 연이틀 폭락하는 상황에서 콜금리 인상이 발표되자 시장에서는 "왜 하필 지금이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경기가 좋아질 때는 금리 인상에 소극적이던 한은이 경기선행지수가 3개월 연속 하락하고 기업과 소비자들의 심리가 불안해진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단행,불안심리를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환율 하락을 이유로 금리를 올리지 않았던 지난달이 금리 인상의 적기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 겨냥

이 총재는 금통위가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가격은 최근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금리를 인상하거나 인하하는 것이 자산가격을 표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전혀 영향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은 총재가 '부동산 시장의 불안 지속'을 금리 인상의 이유로 꼽은 것은 이례적이다.

부동산 가격이 폭등했던 2003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한은은 저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했기 때문이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 확장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동안 한은의 논리였다.

한은은 물론 지난해 10월과 12월,그리고 올해 2월에 금리를 올리긴 했다.

하지만 당시 금리를 올린 것은 국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선 데다 세계적인 금리 인상 기조를 반영한 조치였다.

부동산 거품을 가라앉히기 위한 통화정책의 일환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추가 금리 인상 있을 듯

7월 이후 콜금리는 연말까지 1~2차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 총재는 "경기와 물가상황,금융시장 동향,자산시장 움직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균형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상황에서 경기와 금융시장의 동향은 뚜렷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반면 물가와 부동산 가격은 당분간 불안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상황이 크게 나쁜 쪽으로 전개되지만 않는다면 경기 상승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완화 정도를 조금씩 줄여 나가겠다는 것이 한은의 기본 입장이기도 하다.

연 4.25%의 콜금리는 여전히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데는 충분한 수준이라고 한은은 보고 있다.


○경기 상승 기조 유효한가

한은은 수출 증가와 민간소비·설비투자 회복이 지속돼 경기 상승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에서 보는 하반기 경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와 LG경제연구원 등 민간 연구소들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3~4%대로 예측하고 있다.

일부 외국 투자은행들은 더욱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이 총재조차 지난달 금통위가 끝난 뒤 "올해 경제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것"이라고 말한 점을 상기시키며 "경기 침체 가능성을 한은이 축소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