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구 고덕역과 명일역 상권은 전형적인 동네상권이다.

다른 지역에서 이 상권에 일부러 놀러와 외식을 즐기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같은 강동구 지역이라도 천호동 상권은 동네상권이 아니라 유입상권이다.

고덕동이나 명일동에 사는 사람이라도 사람을 만나 외식을 하거나,쇼핑을 하기 위해 천호동을 찾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까닭에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은 동네상권보다는 유입상권에 관심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고덕역은 작지만 알찬 '항아리상권'



고덕역 부근은 아파트가 숲을 이룬 지역이다.

무려 1만5000여가구가 좁은 상가지역을 둘러싸고 있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천혜의 요새인 셈이다.

6만여명의 수요자를 떠받치는 가게가 100여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아파트 주민들 수요만 있는 게 아니다.

오피스 직장인들의 수요까지 가세,업종 선택도 매우 자유로운 곳으로 꼽힌다.

주택가와 오피스 상권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민들이 멀리 나가 돈을 쓰지 않고 이 일대에서 소비생활을 끝내는 '항아리상권'이란 분석도 나온다.

상가는 지하철 5호선 고덕역 4,5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출구를 나서자마자 눈에 띄는 명성프라자 상가는 근린 업종의 황금입지라고 할 수 있다.

서준 상가뉴스레이다 상권분석팀장은 "퇴근길에 식구들을 위해 사들고 갈 만한 피자 베이커리 등 테이크아웃 업종이면 매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라며 "화장품이나 이너웨어를 파는 판매업종도 가게만 잡을 수 있다면 짭짤하게 장사할 수 있는 곳"이라고 분석했다.

이 상가 2층에는 패밀리레스토랑 빕스가 주말 외식 수요를 겨냥해 일찌감치 자리잡았다.

본격적인 상가들은 이마트를 기점으로 직사각형으로 이어진다.

이마트 앞에 펼쳐진 상가에서는 오피스가에 어울리는 감자탕,해장국,고깃집 등이 유망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다.

한국전기안전공사,KT,학원,증권사와 은행지점 등 상당수 직장인들이 점심과 저녁 회식 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아파트단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근린 업종 장사도 목동을 능가하는 곳이 바로 고덕역이다.

이준 FC창업코리아 이사는 "두 곳이 이미 문을 열고 있는 패밀리레스토랑은 피하는 게 좋으며 치킨이나 피자 등 테이크아웃 업종은 그다지 많지 않아 장사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이 200여곳이나 되는 만큼 중고생 대상의 분식점이나 아이스크림점도 유망하다고 덧붙였다.

○명일역은 투자비에 비해 실속없는 상권

지하철로 한 정거장 차이지만 장사하는 사람에게 명일역과 고덕역의 차이는 크다.

우선 손님이 한 곳에 모여드는 집중도가 고덕역에 비해 훨씬 떨어진다.

시선이 분산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동선도 사방으로 흩어진다.

높은 매출을 기대하긴 애당초 힘든 곳이다.

명일역은 많은 동네상권 중 하나일 뿐이다.

큰 특징을 꼽기도 힘들다.

명일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대로변에는 의류 화장품 베이커리 등 근린 판매업종이,이 동네에서 가장 큰 소매점인 GS슈퍼 건너편에 형성된 먹자골목 등 두 곳이 명일역 상권의 전부다.

판매업종이든,외식업종이든 소비의 열쇠는 주부들이 쥐고 있다.

30~50대 주부 취향에 맞춘 상품이 아니면 장사하기 어려운 곳이다.

10대,20대 취향의 이너웨어점과 20대 여대생이나 직장여성들이 드나드는 과일 요구르트점이 명일역에서 참패한 것은 상권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준 팀장은 "300만원을 웃도는 월세와 각각 1억~2억원선인 권리금,보증금 등을 감안하면 대로변 판매업종은 매력이 없는 편이며 차라리 외식업종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는 "유동인구가 적은 탓에 외식업도 낮 장사는 기대하기 어렵고 밤 장사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사와 술을 겸할 수 있는 해장국 감자탕 고깃집 횟집 등이 무난하다는 설명이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