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의 자사주매입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올들어 자사주 보유금액이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들어 주가가 하락하면서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자사주매입을 발표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투자주체별로 봤을때 기관이나 외국인이 아닌 기타법인은 지난 1개월간 기업들의 자사주매입에 힘입어 1조4585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 자사주 보유금액 31조원

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현재 유가증권 상장사들의 자사주 보유금액은 31조223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31% 증가했다.

기업들이 주가 안정과 경영권 방어를 목적으로 자사주를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보유금액 비중은 4.71%로 작년 말보다 0.05%포인트 높아졌다.

자사주 보유주식수도 6억4544만주로 4.42% 증가했고 전체 상장주식수 대비 자사주 보유비율은 9.05%로 3.06%포인트 늘었다.

보유금액을 회사별로 보면 10조2809억원어치(시총대비 11.08%)를 보유한 삼성전자가 가장 많았으며 KT(2조8035억원) S-Oil(2조3859억원) 포스코(1조7775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상장주식수 대비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기업은 남성(42.08%),모토닉(39.88%),조광피혁(39.25%),디피아이(38.88%) 등이다.

김학균 한국증권 연구위원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증가는 국내 증시의 큰 흐름"이라며 "주주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선 주식시장에 긍정적이지만 기업들의 산업활동에 대한 투자가 그만큼 위축된다는 것은 우려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방어'

최근 주가가 급락하면서 상장사들은 주가방어를 위해 자사주 취득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일부 최대주주도 자사주 매입에 동참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이날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행사에 대비해 자사주 7만주를 오는 12일부터 3개월간 취득키로 결정했다.

취득 예상금액은 42억원이다.

업계에서는 자사주 매수 배경으로 '주가 안정'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이 회사 주가는 500원(0.82%) 오른 6만1500원으로 7일 만에 반등했다.

이달 들어 코스닥 상장사 중 이디 이루온 컴텍코리아 이노칩 아이크래프트 등도 10만∼43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키로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지난 1일 KG케미칼삼호개발이 각각 '주가 안정'목적으로 50만주와 5만주의 자사주 취득을 공시했다.

일부 기업은 최대주주가 하락장을 이용해 지분을 늘리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엠텍비젼 이성민 사장은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자사주 4만3000주(0.58%)를 매입,지분율을 20.6%로 늘렸다.

중앙디자인 변인근 대표이사도 지난 7일 자사주 14만여주(1.0%)를 집중 매수해 지분율을 10.1%로 끌어올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조정폭이 커 자사주 취득을 결의하는 기업들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며 "기존 자사주신탁계약 연장도 잇따르는 등 기업들이 주가 안정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완·김진수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