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한 달 사이에 16% 가까이 급락하자 펀드 가입자들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매월 소액의 자금을 적립식으로 넣는 투자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고민이 덜하지만,목돈을 한꺼번에 맡긴 거치식 투자자들은 속절없이 떨어지는 수익률 그래프에 속이 바싹 타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장기상승 추세에 대한 믿음이 있다면 섣부른 환매는 자제할 것을 권했다. 다만 단기운용을 목적으로 한 거치식 가입자의 경우엔 손실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거나 여유자금이 아닐 경우 손절매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 추락하는 수익률

8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주식형펀드의 연초대비 평균 수익률은 -6.90%에 달했다. 문제는 지수 고점에서 가입한 거치식 투자자의 경우 주가하락의 충격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가 1300선을 상향돌파한 지난해 12월 이후 주식형펀드 설정액(결산후 재투자분 포함)은 약 16조원 급증했다. 지난 5일 현재 전체 주식형펀드 설정액(38조3070억원)의 42%에 해당하는 규모다. 따라서 이 기간 중 거치식으로 가입했던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대부분 마이너스 상태인 셈이다.

최근 급락장에서 이처럼 수익률이 떨어졌지만 뚜렷한 환매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옥영미 대한투자증권 고객상담실장은 "펀드 문의 전화가 평소보다 다소 늘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환매를 요구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며 "당분간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뚜렷하며 간간이 가입시기를 저울질하는 고객도 눈에 띈다"고 말했다. 조이선 미래에셋증권 잠실지점장은 "3년 이상 장기고객 중 일부는 일단 차익실현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며 "반면 현금을 보유한 고객은 하락세가 진정되면 펀드 재가입을 고려하겠다는 의견도 많다"고 전했다.

◆ 유망펀드 고르는 기회로 삼아야

장기적 관점에서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느긋하게 기다리는 편이 현명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박승훈 한국증권 펀드분석팀장은 "코스피지수 1200선 이하에서 가입했던 투자자 중 일부는 지난 1월 말과 4월 주가 상승기에 일부 이익을 실현한 것으로 파악돼 추가 급락이 없다면 급격한 환매 움직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이번 하락장에 펀드별 수익률 추이를 잘 살펴보고 자신이 가입할 펀드를 고르는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가입기간을 짧게 보고 긴급한 자금을 투자했다면 손실을 부담할 수 있는 선에서 손절매를 고려해야 한다"며 "3년 이상 장기투자자라면 저가 분할매수 전략으로 펀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