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급락하면서 중소 상장사들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유상증자에서 목표한 자금을 모으지 못하거나 아예 증자에 실패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더구나 오는 26일부터 코스닥시장 우회상장 규제안이 시행되고 7월 중에는 해외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규제도 강화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자금조달 주요 통로가 막히게 된다며 중소 상장사들은 아우성이다.

◆ 유상증자 실패 현실화

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던 뉴보텍은 청약률이 고작 4%에 그쳐 증자에 실패했다.

당초 재무구조 개선과 원자재 구매 등을 위해 62억원을 조달할 예정이었으나 납입된 금액은 3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뉴보텍이 유상증자에 실패한 이유는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발행가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신주발행가는 5380원이었지만 지난 7일 뉴보텍의 주가는 2990원이었다.

오는 23일 35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팬텀도 뉴보텍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신주발행가는 9810원으로 확정됐지만 팬텀 주가는 이날 7390원까지 하락한 상태다.

팬텀 관계자는 "납입일이 아직 남아있어 당분간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2∼13일 청약을 받는 모델라인은 신주의 최종발행가를 500원으로 확정했다.

주가는 이날 575원까지 하락했다.

모델라인은 주간 증권사가 실권주를 전량 인수하는 총액인수방식 계약을 맺어 자금조달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가 하락으로 증자 규모는 당초 105억원에서 75억원 규모로 급감했다.

오는 15∼16일 청약을 받는 씨피엔도 이사회의 증자결의 당시에 1425원이던 주가가 이날 600원까지 하락해 자금조달 규모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 해외 CB·BW 발행도 비상

중소기업들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창구인 해외 CB·BW 발행도 어려워지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7월부터 CB·BW 발행 후 1년 내 국내에서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유가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해외증권 발행과 관련된 각종 이면계약을 공시토록 할 방침이다.

업계에선 반발하고 있다.

지금과 같이 단기 전환이 가능한 해외CB·BW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CB나 BW 발행은 그동안 중소 상장사의 주요 자금조달줄로 특히 해외 발행이 큰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전체 해외 주식연계채권 가운데 해외CB가 차지한 비중은 47%로 1위였고 해외BW도 23.2%에 달했다.

반면 국내 CB과 BW는 각각 21.6%와 8.2%에 그쳤다.

기업 매각도 어려워진다.

26일부터 코스닥시장의 우회상장에 대해 신규 상장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키로 해 재무구조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장외기업의 코스닥 상장기업 인수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우회상장을 규제하면서 자금난에 빠진 한계기업들은 자구노력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며 "하지만 직·간접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커져 퇴출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수언·김태완·고경봉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