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처음 부임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는 한국문화부터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한동안 눈과 귀는 열되 입은 닫아야 합니다.

"GM그룹의 아시아·태평양본부 사장으로 승진해 다음 달 중국 상하이로 떠나는 닉 라일리 GM대우 사장이 외국인 CEO와 한국기업,그리고 한국정부를 상대로 지난 3년8개월 동안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낸 값진 조언을 쏟아냈다.

8일 GM대우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윈스톰 발표회가 열린 전북 무주리조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한국에 부임한 최고의 외국인 CEO로 꼽히는 라일리 사장은 후임 사장을 비롯한 외국인 CEO에게 "한국서 성공하려면 일단 눈과 귀는 열고 입은 다물라"고 조언했다. 한국 문화부터 이해해야 한국기업을 이끌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라일리 사장은 "미국인의 대인관계가 다소 표피적이라면 한국인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한 깊은 인간관계를 중요시한다"며 "한국식 대인관계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고 소홀히 할 경우 기업을 제대로 이끌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직원과의 관계를 '회사의 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한 문제'라고 여기는 라일리 사장은 실제 노조 간부들과 축구를 즐기고,임직원과 소주잔을 주고받는 등 '스킨십 경영'으로 유명하다.

라일리 사장은 한국기업과 정부에 대한 조언과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 기업에 대해선 "신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양과 질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한국의 인건비는 중국 인도 동유럽에 비해 크게 높은 데다 최근 원화 강세가 더해지면서 제조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한국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더 많은 지식재산권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정부에 대해선 "여러 기업이 평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돌봐야 하며 정책을 시행할 때는 충분한 유예기간을 줘 기업이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규제의 안정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일리 사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GM대우가 고속성장을 이룬 것과 올초 옛 대우자동차 시절 정리해고된 근로자 1700여명을 복직시켰을 때"라며 "GM대우의 실력이 알려지면서 반제품 현지조립생산(KD) 수출이 급증한 덕분에 올해 판매목표를 당초 150만대에서 160만대로 늘려잡았다"고 설명했다.

라일리 사장은 GM 아·태본부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도 한국 자동차업계의 영원한 후원자로 남겠다는 말을 남겼다.

무주=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