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암 <홍익대 교수·경제학>

보름 전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향후 '세 마리 곰'이 미국의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세계 증시를 불안하게 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세 마리 곰 중 엄마 곰에 해당하는 것은 고유가이며,아빠 곰은 부동산 불안이다.

이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 곰이 인플레이션이다.

그런데 이번 주 들어서는 아기 곰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지난 5일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경기둔화를 경고하는 발언을 하면서 세계 증시에 '버냉키 쇼크'를 주고 말았다.

이 발언이 우리나라 증시에서는 한때 파생상품 관련 주문을 정지시키는 '사이드카' 발동으로 이어졌다.

아기 곰의 위력이 이 정도인데,아빠 곰과 엄마 곰이 움직인다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 경제의 세 마리 곰은 무엇일까? 미국과 마찬가지로 고유가를 엄마 곰으로 부르는 데는 아무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는 아빠 곰으로 부동산 불안 대신 환율 불안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원화 절상을 걱정하고 있으나 미국은 달러화 절하를 걱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달러화 절하를 바로 인플레 위험과 묶어서 생각할 수 있으나 우리는 원화 절상이 인플레 진정에 도움이 되므로 묶어서 생각할 수 없다.

문제는 아기 곰이다.

아기 곰은 인플레가 될 수도 있고,'버블 세븐'으로 불리는 부동산 불안이 될 수도 있다.

고유가와 원고로 이미 경기가 둔화되는 와중에서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 정책당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다.

한편,세계적인 저금리 현상으로 형성된 미국 등 여러 나라의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면서 우리나라의 '버블 세븐'도 붕괴될 수 있다.

최근 하반기 경제를 전망한 경제연구소들도 하반기 이후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올해 정부의 성장전망치 5%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아직까지 올해 성장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유가와 환율이 정부의 금년 경제운용계획에서 제시된 전망치를 크게 벗어나고 있으며,정부가 부동산 거품의 붕괴를 앞서서 걱정하고 있는데도 성장목표만은 하향조정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먼저,정부가 올해 우리 경제의 안정성장기조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정부는 글로벌 경제조정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유가와 원고에 유연하게 정책 대응함으로써 경제성장,인플레와 경상수지의 세 마리 토끼 중 경상수지 목표만 달성하지 못하고 안정 성장을 이루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정부가 하반기 이후 우리 경제의 안정성장이 어렵다고 발표하면 '버냉키 쇼크'처럼 '한덕수 쇼크'가 될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 한은 총재가 올해 5%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금리 동결과 경기둔화 가능성 예고가 같이 나왔으므로 지난달에는 '이성태 쇼크'로 작용하지 않았으나 향후 인플레 압력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

필자는 세 마리 곰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더라도 정부가 유연하게 대처해 당초의 안정성장 목표를 달성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는 것처럼,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는 데다 '세금폭탄'까지 맞은 자산 시장은 향후 '곰 장세'가 예상된다.

다만 향후 글로벌 달러의 약세 현상으로 동아시아 통화들이 절상되면서 외국인들의 국내 투자로 자산시장의 '황소 장세' 전환이 예상된다.

우리가 걱정해야 할 것은 자산시장 거품의 진행이 아니라 거품 붕괴에 따른 불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