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3대 경제권에서 지난 6개월 동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지속되면서 1970년대 전 세계를 휩쓴 '인플레이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고유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상품과 서비스에서까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어 위기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며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이고 있는 5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FT는 최근 4년간 글로벌 경제의 급속한 성장으로 인플레이션을 수반하지 않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여력이 고갈됐다는 점을 첫 번째 요인으로 꼽았다.

경제성장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얘기다.

두 번째 요인은 에너지 공급은 제한돼 있지만 수요는 급증하고 있어 고에너지 비용이 항구적인 특징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에서 생산되는 저가 상품이 각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덜어주는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는 기대를 이제는 갖기 어렵다는 점을 세 번째 요인으로 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장 필립 코티스는 "지난 3년을 돌이켜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이 물가 상승에 미치는 압력이 저가 공산품 수입에 따른 물가 하락 효과를 압도했다"고 말했다.

OECD에 따르면 아시아의 값싼 수입품이 인플레이션을 낮춰 주는 효과는 지난 5년간 미국에서는 연간 0.1%포인트,유럽에서는 0.3%포인트에 불과했다.

네 번째 요인은 각종 통화지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것에서도 잘 나타나듯이 시중에 너무 많은 유동성이 풀려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는 잠재적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마지막 요인은 일반인들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점이다.

일반인들은 "오늘의 인플레이션이 내일의 임금 인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요인들로 야기될 인플레이션은 주요 국가의 중앙은행들에 과거 물가 안정을 위해 기울였던 것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중앙은행들은 금리를 올리는 중앙은행의 노력만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없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물가 안정에 한치의 소홀함도 없을 것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FT는 하지만 중앙은행들이 자신들의 예측모델을 믿고 인플레이션을 관망해야 할지,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