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부터 면책 선고를 받은 채무자에게 금융기관이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23부(박형남 부장판사)는 8일 개인파산 후 면책 선고를 받은 이 모씨가 한국주택금융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이씨가 채무 면책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총 네 차례에 걸쳐 빚을 갚으라고 독촉했다"며 "이로 인해 이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이씨에 대해 2264만원의 채권을 갖고 있던 주택금융공사는 2004년 4월 이씨로부터 파산면책 통보를 받은 뒤에도 총 네 차례에 걸쳐 "압류집행과 강제회수 등 강력한 채권회수활동을 전개하겠다" "부동산,전세보증금,월급 등에 대해 강제집행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등 압력을 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면책된 채무라 하더라도 채권자가 변제를 요구할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이나 방식에는 일정한 제약이 가해져야 한다"며 "파산자에게 변제를 강요하는 수준에 이르면 면책제도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