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00여개 업체가 난립한 제약업계의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의약품 생산 기준을 미국 수준으로 크게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무조정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은 현행 국내 의약품 생산 기준인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KGMP)보다 훨씬 까다로운 미국 의약품제조관리기준(CGMP) 도입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식약청 관계자는 "국내 제약업계도 장기적으로는 CGMP에 맞춰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돼 이를 검토하고 있다"며 "시기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잠정적으로 2009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의 한 위원은 "현재 국내에는 CGMP 기준에 맞는 제약회사들이 거의 없는 형편이어서 이 제도가 시행되면 앞으로 업계에 인수·합병(M&A) 등 구조조정 회오리가 몰아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CGMP는 생산시설,작업환경,품질관리,공정관리 등 의약품 생산 전반의 표준 절차를 명시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기준으로 미국에 의약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CGMP 인증을 받은 생산시설에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CGMP를 참고해 1994년부터 KGMP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이러한 정부 방침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명하며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생산시설 선진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면서도 "CGMP를 강제적으로 적용토록 하는 것은 신중히 고려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가뜩이나 보험약값 절감정책,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어려운 형편인데 CGMP까지 강제로 적용한다면 제약업체들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상위 10대 제약사의 관계자는 "시설 개선과 전문인력 확충에 상당한 돈이 들어가 중소 제약사들이 엄청난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충북 오창에 CGMP급 설비를 갖춘 신공장을 준공한 유한양행의 관계자는 "정제 등 제형별로 허가를 내는 KGMP와 달리 CGMP는 각 제품별로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각 제품에 대해 생산에 문제가 없다는 근거를 모두 문서로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맞추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