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는 고객우대에서 나온다.

비아그라는 미국 제약업체인 화이자가 개발한 발기부전치료제다. 발기부전치료제는 비아그라 이전에도 미국 일본 중국 한국 등에서 수없이 개발돼 팔렸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수요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럼에도 화이자는 이 발기부전치료제 개발에 대규모의 연구개발(R&D)투자를 했다. 이 회사는 비아그라가 개발된 뒤에도 이의 효능을 개선하는 등 R&D부문에 과감한 투자를 계속했다. 지난 2003년의 경우 연간매출 422억 8000만달러 중 16.8%에 이르는 71억달러를 R&D에 투자했을 정도다.

막대한 R&D투자를 통해 개발한 비아그라가 곧장 인기를 누린 것은 아니다. 지난 1998년 출시한 뒤 3개월이 지나면서 부작용 등을 우려해 판매량이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때 화이자는 광고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개시했다.

밥 돌 전 미국 상원의원을 광고모델로 채택했다. 당시 75세의 돌 의원이 비아그라의 효능을 자랑하자 판매량은 다시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덕분에 화이자 그룹은 2000년 워너램버트를 인수하고 2003년엔 파머시아를 합병,미국 최대 제약회사로 올라섰다. 2004년 매출액은 525억1600만달러에 이른다. 순익규모도 113억6100만달러에 달했다. 화이자는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사촌 형제 찰스 화이자와 찰스 에어하트가 1849년에 설립한 회사로 1940년대 페니실린을 대량으로 생산하면서 미국인들에게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됐다.

페니실린을 공급하던 젊잖은 기업이 발기부전제를 개발한다고 나섰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상당히 냉담했다. 그렇지만 결국 이 회사가 전세계의 소비자로부터 다시 신뢰를 받고 있는 이유는 제품혁신을 위해 과감한 R&D투자 덕분이었다. 나아가 특정고객을 설득하는 대규모 광고투자도 신뢰도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 들어 기업의 신뢰도를 조사할 때 주로 기업정보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이제 자기기업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만으로 소비자들은 만족하지 않는다.

요즘 고객들은 자신이 신뢰하는 기업으로부터는 특별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세계 최대의 퍼스널컴퓨터업체인 델(Dell)도 고객의 개인주문에 제대로 응답을 해주면서 급성장했다.

델의 창립자 마이클 델은 미국 텍사스오스틴대학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그는 개인용 컴퓨터를 조립해주고 업그레이드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창업을 하게 됐다.

그가 급격한 성장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프리미어페이지'란 독특한 시스템 덕택이다. 프리미어페이지란 고객의 개인주문을 분석,재구매할 때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 빈번한 질문이나 옵션에 대한 응답은 자동화한다.특히 충성도가 높은 고객에 대해서는 우대를 해준다. 이것이 신뢰의 바탕이 돼 세계최대의 퍼스널컴퓨터업체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전체 소비자 모두에게 신뢰를 얻겠다는 전략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체 고객 중 20%가 매출의 80%를 차지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량 고객을 분석해 따로 관리해야 시장에서 이긴다.

우량고객을 분석하는 방법으로는 RFM분석이 널리 쓰인다. RFM이란 △최근도(recency) △빈도(frequency) △액수(monetary) 등 세가지를 종합해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또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신뢰도가 높아진다. HP는 지난 1939년 빌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설립한 현대적 벤처 1호로 꼽힌다. 이 회사는 기업의 사회공헌을 설립취지에 명시했다. 사회공헌이란 '건전한 시민으로서 약속을 실천하는 활동'이라고 밝히고 있다.

HP는 매년 대학 병원 자선기구 등에 대규모의 현금과 현물을 지원하는 활동을 벌인다. 특히 소외계층의 정보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한국에서도 최근 들어 삼성그룹이 사회공헌을 위해 8000억원의 자금을 내놓는 등 기업의 사회적 기여활동이 불붙기 시작했다. 리더십은 내부직원과 소비자들에게 미래의 비전을 제시해줘야 형성된다. 한치 앞도 제대로 내다보지 않는 최고경영자에 대해선 소비자들이 금방 등을 돌린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한국경제신문은 △연구개발투자 △기술혁신 △고객우대 △사회공헌 등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업체들을 '신뢰경영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