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대선주자간의 명암도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정당별 승패는 물론, 개인적 공과(功過), 자파 당선자 확보 등이 모두 대선구도를 움직이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한나라당의 선거유세를 진두지휘하고, 유세도중 피습사건을 겪으며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굳히는 데 기여한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반면,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정치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이번 선거의 한쪽에 비켜 서 있던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고 건(高 建) 전총리도 박대표의 상승세에 기세가 눌렸지만, 고 전 총리의 경우 열린우리당의 참패로 인해 향후 정계개편 과정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는 반사이익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최고 수혜'= 박 대표는 2002년 4.15 총선에서 당 대표를 맡아 탄핵 후폭풍으로 난파 직전에 놓인 한나라당을 구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데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한나라당의 '싹쓸이'를 굳히는 데 '1등 공신'이 됐다.

특히 유세도중 불의의 피습을 당하고도 의연하게 대처했고 퇴원직후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 대전.제주 유세에 나서 '철의 여인'이란 이미지를 심어준 점은 향후 대선가도에 상당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또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권에서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과시함으로써 '본선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고 전 총리와 이 시장에 밀려 3위에 그쳤던 박 대표는 피습사건후 실시된 조사에서는 일약 1위로 부상했다.

박 대표는 20∼22일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 21.5%의 지지도로 고 전 총리(21.1%)를 제쳤고 22∼23일 CBS.리얼미터 조사에서도 27.2%로 이 시장(21.9%)를 눌렀다.

그러나 그의 지지도 1위 등극은 피습사건에 따른 '반짝 효과'란 지적도 만만치 않다.

그에게는 일단 내달 초 전당대회가 1차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전당대회에서 '친박(親朴)' 인사를 얼마나 당선시키느냐가 당내 위상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고 건 '주춤' = 고 전 총리는 5.31 지방선거 '불개입'을 공언하면서 득실 계산이 모호한 처지다.

박 대표의 상승세에 치여 주춤하게 됐다는 점에서는 분명 손해지만, 선거의 소용돌이에서 한발짝 물러 서 있으면서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취하게 됐다는 분석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불개입 선언은 선거 과정에서 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과 민주당으로부터도 '러브콜'을 이끌어내는 유인이 됐을 뿐 아니라 향후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광폭 행보'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가 선거 와중에서 열린우리당 의원 다수와 접촉하면서 선거 이후를 모색해 왔다는 점도 그가 여권발(發) 정계개편 과정에서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추정의 근거다.

우리당이 민주당과 통합하고 고 전 총리를 영입하거나, 고 전 총리가 여야의 중도성향 의원들을 아우르는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는 전망 등 그를 중심으로 한 각종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고 전 총리가 특유의 조심성으로 인해 정계개편 과정에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 낼지에 대한 의문도 만만치 않다.

우리당의 한 의원은 "지금까지는 정치권과 거리를 두는 소극적 행보로 반사이익을 취해왔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면서 "자신의 정치를 펼쳐 나갈수 있을 지가 고 전 총리의 향후 행보에 최대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동영 '중대 위기' = 여당내 명실상부한 `간판주자'로 떠올랐던 정동영(鄭東泳) 의장은 이번 지방선거 참패로 인해 정치입문 10여년 만에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신(新)몽골 기병론'을 내세우며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했던 정 의장으로서는 선거패배에 따른 책임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처기가 된 것.

선거전이 시작되기 전 10%에 이르던 그의 지지율은 선거 국면에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의장직 사퇴는 불가피한 수순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대선주자군에서 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당내 최대계파를 거느리고 있는 정 의장의 `정치적 위상'과, 정 의장 개인에게만 패배의 책임을 전가할 수 없는 지방선거의 여건 등을 감안할 때 이번 패배가 오히려 그에게 약이 될 것이라는 우호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당이 구심점을 잃을 경우 분열이 증폭될 수 있다는 '대안 부재론'이 힘을 얻으면서 선거책임논란이 정리되면 의장직을 유지하면서 극적인 재기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의장직을 사퇴하더라도 재신임을 얻은 뒤 이른바 `민주개혁세력 대연합론'을 앞세워 정면돌파를 시도하는 한편, 7.26 재보선에 출마해 `부활'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가 이번 위기를 원만하게 수습하는 지도력을 보여줄 경우에는 오히려 차기 주자의 입지를 더 굳힐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위기 대처 능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만큼 조만간 정치인생을 모두 건 승부수를 띄우지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 2인자인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 역시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선거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정 의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은 넓어보인다.
김 최고위원은 선거후 불거질 당내 노선투쟁 과정에서 `중간자' 역할을 맡아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려 할 공산이 크다.

◇이명박 '상대적 손실' =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의 경우는 현직 시장이란 여건상 이번 선거에서 직접 개입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던 만큼 유.불리를 따지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이번 선거에 따른 최대 수혜자로 떠오르면서 상대적으로 `손실'을 본 측면은 있다는 지적이다.

이 시장측은 박 대표의 급부상에 대해 '일시적 현상'이라고 치부하고 있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오세훈(吳世勳) 서울시장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여당의 '서울 탈환'으로 인해 그간 자신이 진두진휘한 서울시정의 구석구석이 파헤쳐지면서 입게될지 모를 짐은 벗어던진 측면이 있어 보인다.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는 당내 소장.개혁파와 '코드'가 맞는 부분이 있는 만큼 소장파가 오세훈 후보를 옹립했던 것과 같은 `학습효과'가 이어진다면 간접적인 혜택을 볼 가능성은 있다는 관측이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노효동 기자 chu@yna.co.kr r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