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2006 독일월드컵을 향해 가슴 벅찬 열정을 안고 맹훈련 중인 아드보카트호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9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김남일(수원)이 자체 연습경기 도중 오른 발목을 접질려 재활에 들어갔고 이을용(트라브존스포르), 설기현(울버햄프턴)도 각각 왼쪽 허벅지, 오른쪽 사타구니에 타박과 근육통으로 한 번씩 훈련을 빠졌다.

이어 31일 오전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까지 왼쪽 발목을 접질려 훈련 도중 전열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박지성은 6월2일 새벽 2시 오슬로에서 열리는 노르웨이와 평가전에 출전할 가능성도 있을 만큼 경미한 부상이라 아드보카트호 코칭스태프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글래스고 현지에서 한 번이라도 '재활팀'에 속해 본진의 훈련에서 '열외'된 경험이 있는 태극전사는 모두 8명이다.

김남일, 이을용, 설기현, 박지성 외에도 백지훈(FC서울), 이호(울산), 김영철(성남), 송종국(수원)이 지난 28일과 29일 훈련에 한 번씩 빠졌다.

다행히 중앙 수비수 김영철과 오른쪽 윙백 송종국은 28일 하루만 재활한 뒤 정상 컨디션을 찾았고 백지훈도 30일부터 미니게임에 동참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백지훈, 이호, 송종국은 지난 23일 세네갈과 평가전에서 다친 뒤 글래스고에 왔다.

지난 14일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에서 소집 훈련을 시작한 전후로 가벼운 부상이 있었던 조재진(시미즈), 정경호(광주), 이천수(울산), 최진철(전북)까지 포함하면 최종 엔트리 23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명이 한 번씩 의무팀의 진단을 받았다.

물론 축구 선수가 거의 실전과 다름없는 미니게임을 소화하다보면 가벼운 타박, 염좌 등의 부상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러나 글래스고에 입성한 뒤 불과 사흘간 훈련을 소화한 아드보카트호에 벌써 네 명이나 추가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독일월드컵 본선 개막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적잖은 우려를 낳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중요한 시점에서 자꾸 부상자가 나오는 것일까.

아드보카트호 코칭스태프는 본선 첫 경기가 다가오면서 선수들의 의욕이 점점 올라가고 주전 경쟁에 대한 압박이 심해지면서 격한 움직임이 잦아지고 부상의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고 부상이 두려워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연습경기를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다 국내에서 평가전을 치른 직후 16시간이 넘는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상태에서 곧바로 훈련에 돌입한 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첫 날 회복 훈련부터 차근차근 담금질의 강도를 높여갔지만 본선까지 빠듯한 일정 탓에 피로도를 충분히 해소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낯선 환경과 상대적으로 미끄러운 그라운드 잔디 여건도 부상을 부르는 간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수비수 김상식(성남)과 김진규(이와타)는 "스코틀랜드 잔디가 국내 잔디보다 축구화 스터드에 잘 파이는 경향이 있고 지반에 물기가 많아 미끄럽기 때문에 부상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일과 박지성의 부상도 볼을 다투다 미끄러져 넘어지면서 발목이 틀어지는 바람에 다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여건을 감안하더라도 현지 적응 훈련 자체에 회의를 제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태극전사 대부분은 조용한 환경과 그라운드 시설 등에 비춰 글래스고 현지 훈련장의 여건에 만족감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인위적으로 막을 수 없는 부상자가 본선 개막이 임박한 시점에서 더 이상 나오지 않기를 애타게 바라고 있다.

(글래스고<스코틀랜드>=연합뉴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