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에는 붕어가 없고 미아리에는 미아리텍사스가 없다? 집창촌의 대명사 미아리텍사스는 사실 성북구 하월곡동에 위치한다.

미아동이 과거 행정구역상 양주군 미아리였을 때 집창촌이 미아리로 가는 고개 옆에 있다고 해 '미아리텍사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서울시민의 친숙한 랜드마크인 지하철역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텍사스는 미아삼거리역이 아닌 길음역에 가깝다.

미아삼거리는 도봉로를 중심으로 구대지극장과 숭인시장을 끼고 있는 강북 핵심상권 중 하나였다.

1987년 지하철 4호선 개통,1988년 신세계 미아점 개점과 함께 상권이 본격적으로 확장되기 시작해 오늘날에 이른 것. 제일부동산 차정환 대표(42)는 "구 대지극장 쪽은 먹거리 및 유흥업종,신세계백화점 쪽은 의류업종 위주로 상권이 발전했다"고 말했다.

미아삼거리는 동북부의 관문이다.

동부간선도로 개통 이전 서울 북부나 의정부로 가려면 반드시 이 곳을 거쳐야 했다.

게다가 장위동 번동 수유동 쌍문동 등 인근으로 향하는 마을버스 정류장이 지하철 4호선 미아삼거리역 바로 앞에 위치한다.

지리적 이점과 풍부한 유동인구를 갖춘 미아삼거리역 상권. 그러나 버스정류장 근처에 형성된 먹자골목이 이런 장점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옛날 '감자탕 골목' 명성에 안주해 큰 발전이 없어요.

업종들이 죄다 비슷하죠." 정류장 근처에 있는 본가숯불닭바베큐 김연식 사장(35·쌍문동)은 눈앞에서 유동인구를 놓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을 잡으려면 지역 밀착형 다양화 전략만이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30평 남짓한 김 사장의 가게는 권리금 2억5000만원,보증금 9000만원이며 지난해 월평균매출액은 4300만원,그 중 순수익은 1600만원이었다.

번2동 집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줄서서 기다리고 있던 대학생 박성호씨(26)는 "인도와 차도의 구분조차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왕복 2차선 이면도로의 좁은 갓길로 통행하다 보니 세 명 이상이 지나갈 때면 누군가는 서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종종 접촉사고가 나곤 한다"며 박씨는 "친구들과 놀 땐 주로 성신여대입구역으로 간다.

그 쪽이 여기보다 먹을 곳이 다양하고 커피숍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남강오리구이 대표 김현순씨(여·44·광장동)는 기존 한식집을 1억원에 인수해 5개월 전 문을 열었다.

"예전 이 자리가 죽 쑤던 곳이었어요.

주변이 고깃집 일색이라 메뉴의 차별화를 위해 오리를 택했습니다." 도로 안쪽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에 권리금은 없고 월세는 160만원선."유독 '아줌마'들이 많아서 점심때나 오후에도 손님이 많아요.

일단 입소문이 나면 대박 터뜨리는 거죠."

미아삼거리는 반경 1km 내 메이저 백화점 세 곳이 자리잡은 유통의 중심이다.

신세계백화점을 비롯해 2001년 문을 연 현대백화점,그리고 올해 말 오픈 예정인 롯데백화점이 있다.

신세계백화점으로 향하는 대로변에는 다양한 의류 브랜드의 로드숍이 자리한다.

로엠걸즈 옴파로스 PAT 나이키 인디안 등 아동복에서부터 중장년층,스포츠잡화에 이르기까지 대로변 의류상가는 인근 지역 손님 모으기에 한창이다.

지난해 9월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친 숭인시장도 손님 끌기에 합세했다.

규격화된 간판,품목별 구역 정리 등 40년 이상된 재래시장의 분위기를 찾기 힘들다.

숭인시장에서 10년째 그릇 도매상을 하고 있는 천일 그릇백화점 사장 반강순씨(여·38·길음동)는 "재래시장치고 임대료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총 투자비는 3억,보증금 5000만원에 임대료는 300만원선.권리금은 없으며 지난해 매출은 2억4000만원이었다.

가게의 주된 고객층은 자영업 형태의 음식점을 운영하는 중년 여성이다.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은 주로 인근 동네에서 온 주민들이 대다수다.

주부 서경희씨(여·31·수유동)는 싼 물가와 편리한 교통 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미아삼거리에 온다고 했다.

"스타벅스 같은 커피전문점과 영화관이 없는 게 흠이죠." 회사원 김재현씨(46·미아1동)는 미아삼거리 상권을 "서민 상권"으로 정의했다.

백화점이 의류 로드숍과 경쟁하기 위해 자체 세일을 종종 하는 데다 재래시장에서 물건값 깎는 재미가 있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다만 맛있는 음식점이 부족한 게 아쉽다고.

"동네 수준에 비해 임대료가 높습니다." 황금알 공인중개소 김상대 대표(41)는 "매물이 나와도 몇 달째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성업 중인 대로변 의류타운의 경우 매물이 아예 없다"며 이곳에도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내비쳤다.

"올해 안에 완공될 롯데백화점과 한신 트레지오가 앞으로의 모습을 결정지을 것 같네요." 김 대표는 인근 성신여대입구역 수유역 노원역에 젊은층을 많이 뺏기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