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5전3선승제로 치러지는 남자 테니스 국가대항전 데이비스컵에서 1987년이후 19년만에 월드그룹 진출에 도전한다.

9일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그룹Ⅰ 4강전에서 대만을 4-1로 격파한 한국은 태국과 함께 지역 대표로 월드그룹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냈고 9월22일~24일 플레이오프를 치른다.

상대는 월드그룹 1회전에서 탈락한 오스트리아, 스웨덴, 스페인, 스위스, 독일, 네덜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8개국 중 한 나라가 될 전망.
지난 2004년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그룹 Ⅱ까지 떨어졌던 한국은 그룹Ⅰ로 복귀한 올해 인도와 대만을 차례로 격파, 월드그룹 승격에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한국은 1997년 월드그룹 플레이오프격이었던 예선에서 스위스에 2-3으로 패한 뒤 지역그룹에만 맴돌았다.

한국은 역대 두 차례 월드그룹에 진출했었다.

전영대 현 대표팀 감독, 전창대, 김봉석이 팀을 이뤘던 1981년 월드그룹 1회전에서 뉴질랜드에 0-5로 패했다.

1987년에는 김봉수, 유진선 투 톱과 송동욱이 나섰으나 프랑스에 역시 0-5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당초 월드그룹 플레이오프에서 스위스와 맞붙기를 고대했다.

데이비스컵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러지기에 지난 1997년 스위스에서 당한 패배를 이번에는 안방에서 설욕을 꿈꿀 수 있는 데다 '테니스황제' 로저 페더러(세계랭킹 1위)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
거액을 들여 초청하기도 힘든 페더러가 데이비스컵으로 한국땅을 밟는다면 테니스 붐이 일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흘러나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호주와 월드그룹 1회전에서 페더러는 스위스 대표로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올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편이다.

한국은 인도, 대만전에서 단식 2경기와 복식 1경기 등 3경기를 책임진 간판 이형택(108위.삼성증권)을 필두로 전웅선(574위.삼성증권) 정희석(676위.충남도청) 등이 환상의 조직력을 이루며 19년만의 월드그룹행을 노리고 있다.

비록 절정기는 지났으나 에이스 이형택이 농익은 기량을 앞세워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어 월드그룹에 진출하기에는 이번이 최적기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전웅선도 9일 자신보다 상위 랭커 대만의 첸티(373위)를 2-1로 꺾고 자신감을 찾고 있어 전반적으로 팀 분위기는 상승세다.

이형택에게 너무 비중이 쏠려 있는 점이 부담스럽지만 그 사이 전웅선, 안재성(661위.건국대) 등 차세대 주자들이 이형택의 뒤를 받힐 수 있도록 성장한다면 월드그룹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변을 연출할 전망이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