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치나왓 총리의 전격적인 사임 발표로 태국민의 관심은 이제 누가 차기 총리를 맡게 될 것인가에 쏠려 있다. 정가 일각에서는 차기 의회 개원 일정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직접 과도총리를 임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지금까지 반탁신세력과 야권 일각에서 헌법 관련 조항에 의거,탁신 총리를 내치고 과도총리를 임명해줄 것을 줄기차게 탄원해왔음에도 푸미폰 국왕은 귀를 닫아왔다. 그런 만큼 푸미폰 국왕이 이제와서 정치에 직접 개입,과도 총리를 임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의회가 구성돼 순리에 따라 차기 총리를 선출하도록 놔둘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태국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 총선에 출마한 단독후보가 `최소 20% 득표율' 규정에 미달함에 따라 당선자를 못낸 하원 지역구의 경우 이달 23일 재선거를 실시, 의석을 채운 다음 `총선 후 30일 이내'로 돼 있는 새 의회 구성 일정을 맞추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새 의회에서 차기 총리를 선출하게 되고 차기 총리는 당연히 2일 총선에서 무경쟁 `압승'을 거둔 집권여당 `타이 락 타이'(TRT)의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TRT는 물론 태국 정가에서는 누가 차기 총리로 유력한 가를 놓고 벌써부터 설왕설래하고 있다. 태국 언론은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인물로 솜킷 자투스리피탁 부총리 겸 상무장관과 하원의장을 지낸 포킨 파나쿤 부총리를 꼽고 있다. 또 탁신 총리 자신도 3일 오후 푸미폰 국왕을 알현한 자리에서 이 두 사람을 차기 총리감 후보 `우선 순위'로 올렸을 것으로 정가의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두 사람 중 누가 더 적임자이고 `낙점' 가능성이 큰 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태국 경제계는 솜킷 부총리가 반탁신 시위 등으로 위축된 경제를 추스르기에 적합하다며 그를 차기 총리감으로 지지하고 있다.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 탁신의 경제정책인 `탁시노믹스'의 기본틀을 짠 주인공이기 때문에 경제정책의 연속성을 유지할 수 있다며 그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솜킷은 중립적인 인물로, TRT 당내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고 반탁신세력이나 야권으로부터도 비교적 호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솜킷은 또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존경받을만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고 태국 언론은 전했다. 경제계 인사들 중에는 그가 국가경제를 진작하고 정치적 긴장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들린다. 그러나 TRT 내부에서는 탁신 총리가 `선택권'을 갖고 있다면 솜킷 보다는 포킨을 찍고 싶어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무성하다. 솜킷은 경제통이긴 해도 TRT의 `간판'을 지키기 위한 싸움에는 부적합하다는 시각을 탁신이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콕=연합뉴스) 조성부 특파원 sungb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