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입술이 터졌다. 장관 취임 한 달 반 만이다. 취임후 토요일 일요일도 마다 않고 출근해 업무를 챙기다 그렇게 됐다고 한다. 열심히 일하는 장관에 대해 여기저기서 평가가 나온다. 외부에선 "일 잘하는 장관이 복지부동부를 움직이게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내부에서도 "쓸데없는 격식과 절차를 없애고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해서 일하기 좋다"는 칭찬도 들린다. 이래저래 단신으로 복지부로 온 '정치인' 유시민은 능력있는 장관으로 평가받으며 관료사회에 안착하고 있는 듯 싶다. 박수를 쳐 줄 만한 일이다. 특히 유 장관의 '과천행'을 우려섞인 눈으로 바라봤던 국민들의 입장에선 더욱 그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기우(杞憂)일까. 옆에서 지켜 보면 그는 뭔가에 쫓기고 있는 것 같다. 유 장관은 취임 직후 건강보험 재정안정화를 위한 약제비 절감 방안을 놓고 국내외 제약회사들과 일전에 들어갔다. 또 줄줄 새는 의료급여 지출을 막는다며 '사이비 기초생보자'들의 색출 작업에도 나섰다. 국민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연내 개정'을 목표로 삼고 분위기 조성에 열심이다. '오지랖 넓다'는 소리를 감수하면서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특수직 연금부터 개혁해야 한다"며 잠복해 있던 이슈까지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 취임 두 달도 안돼 자신이 임기 중 과제로 꼽은 국민연금,건강보험,의료급여 개혁과 관련해 전선(戰線)을 있는대로 다 벌여 놓은 셈이다. 싸움에 나서는 자세도 사뭇 비장하다. "이거(국민연금 개혁) 하다 맞아 죽어도 좋다"며 자신이 '사회의 독극물'로 부르던 보수 언론들과도 술잔을 기울이며 몸을 낮춘다. 그러나 유 장관의 '세가지 숙제'는 사실 지난 수십년간 풀지 못했던 난제중의 난제들이다. 준비단계에서부터 꼼꼼하게 챙겨도 이해 관계가 얽히고 설켜 쉽게 풀 수 없는 문제들이다. 유 장관이 입술까지 터져가며 일하는 게 그런 준비단계라면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혹여 내년 있을 대통령선거를 염두에 두고 뭔가 성과를 내려고 서두르는 것이라면 이제부터는 유 장관의 건강을 위해서나,국민들을 위해서나 '긴 호흡'으로 일할 것을 부탁드리고 싶다. 박수진 경제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