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240만 인터넷 가입자의 62.2%에 해당하는 771만명의 가입자 개인정보가 불법거래된 사건은 영업일선에 있는 텔레마케팅 업체와 그들이 수집한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번 사건은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발생한 대규모 명의도용 파문이 채 가라앉기 전에 발생한 것이어서 충격은 더 크다. 이번에 적발된 불법 유통정보는 KT 하나로텔레콤 두루넷 온세통신 등 국내 4대 초고속인터넷 서비스업체의 가입자 정보였다. 이들 4대 업체는 국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대부분의 정보가 모여 있는 곳이다. 불법유출된 정보를 구매한 업자 역시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였다. 지난해 신규로 시장에 진입한 데이콤의 자회사인 파워콤의 영업을 담당하는 텔레마케팅 관계자들이었다. 고객 유치와 실적 위주의 영업을 하면서 불법정보인지조차 아랑곳하지 않고 사들여 이용했던 것. 경찰은 인터넷상에서 인터넷 가입자 정보 수백만건이 불법 거래되고 있고 경쟁사에서 이를 영업에 이용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수사에 착수했다. 특히 피의자 중 일부는 본점 전산망 접속권한이 있는 점을 십분 활용,개인정보를 수시로 빼내 돈을 받고 팔아넘겼다. 피의자들은 텔레마케팅회사 대표인 장모씨(31·구속영장 신청)로부터 476만명의 인터넷 서비스업체 가입자 정보가 담긴 CD 2장을 270만원에 구입하는 등 3명으로부터 771만건의 가입자 정보를 확보했다. 이들은 다른 5명에게 건당 1원 전후의 가격으로 판매했다. 이번 사건에서 가입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KT 하나로텔레콤 두루넷 온세통신 등은 영업일선에 있는 텔레마케팅 업체들이 가입자 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대리점 아랫단계에 수많은 텔레마케팅 업체들을 이용해 가입자를 모집하는데 이들이 정보보호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텔레마케팅 업체들이 여러 초고속인터넷 업체의 영업을 겸하고 있어 가입자 정보의 불법 거래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초고속인터넷 업체들은 가입자를 모아오기만 하면 가입자당 일정금액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파워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격화되자 텔레마케팅 업체들은 가입자 모집 수수료가 높은 회사쪽으로 경쟁사의 가입자들을 이전하는 영업을 벌이고 있어 개인정보 유출은 무방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