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멕시코의 스포츠 팬들이 올시즌 3차례나 응원 맞대결을 펼치는 진기한 기록을 수립했다. 올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첫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가 펼쳐진 3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골프장에는 우승컵을 다툰 위성미와 로레나 오초아에 힘을 불어넣으려는 한인과 멕시칸의 응원 대결이 흥미롭게 진행됐다. 특히 이번 한-멕시코 대결은 올들어 로스앤젤레스 인근에서 펼쳐진 양국간 축구대표팀 평가전과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야구대표팀간 경기에 이어 3번째 벌어졌던 것. 앞선 두차례 경기에서 텃밭이나 다름없는 멕시코가 대규모 응원에도 불구하고 모두 패했던 터라 다른 골프대회와 달리 이날 유난히 많은 멕시코 팬이 찾아 모두 200여명에 달했다. 물론 위성미가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권자임은 분명하지만 한 핏줄로 여기는 이 지역의 한인들도 500여명이 찾은 가운데 첫홀부터 마지막까지 따라다니며 선전할 때마다 힘차게 환호하며 응원했고 이는 로레나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8번홀까지 2타 뒤져있던 위성미가 9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 보기를 기록한 오초아와 동타를 이루며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지면서 양쪽 응원단의 신경전은 도를 더했다. 일부 멕시코 응원단은 흰색 상의에 `로레나(Lorena)'라고 적은 글씨 옆에 멕시코 국기를 새겨넣고 `로레나'를 연호했고 한인 응원단의 함성은 위성미가 연달아 버디를 기록하며 16번홀에서 단독 선두가 됐을 때 극에 달했다. 반면 선두에 2타나 뒤져 패색이 짙어지면서 침울해있던 멕시코 응원단은 마지막 18번홀에서 이글 퍼팅을 넣어 위성미를 3위로 밀어내고 공동 선두가 되는 순간 일제히 얼싸안았다. 샌디에이고에서 왔다는 호세 파예스(55)씨는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오초아를 응원하러 왔는데, 홀을 지날수록 한인 응원단과 멕시코 응원단의 함성 대결장이 됐다"며 "결과적으로 두 선수 모두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LA에서 온 최충원씨(49)는 "샷을 하는 순간 정숙해야 하는 등 제약이 많았지만 선수들을 따라다니는 한인과 멕시칸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장외 응원전이 됐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