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중순 본입찰이 예정돼 있던 대우건설 매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최근 정부가 대기업이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출자할 때는 출자총액제한(이하 출총제)의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한 것에 대한 반발로 지난 10일부터 본입찰에 참여할 6개 컨소시엄의 현장 실사를 막고 있다. 반면 정부 여당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채권단, 매각주간사 등은 노조의 움직임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매각이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출총제, 매각 변수로 부각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자산 6조원 이상인 그룹의 계열사는 순자산의 25%를 초과해 다른 기업에 투자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제도다. 정부는 최근 이런 규제를 완화해 정부출자기관이 30% 이상 지분을 소유한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출자할 때는 출자총액제한을 풀어주기로 하면서 대우건설 인수전이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출총제가 풀리면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금호, 두산, 한화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막대한 자금동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출총제가 적용되면 이들 3개사의 출자여력(지난해 4월 1일 기준)이 한화그룹은 560억원, 금호그룹 2천340억원, 두산그룹 4천360억원밖에 안되지만 출총제 적용에 예외가 인정되면 수조원 이상의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 금호그룹은 당초 출총제를 적용받지 않는 동종업종(건설)이 금호산업밖에 없었으나 이번 조치로 컨소시엄에 참여한 금호타이어, 금호생명 등을 통해 많은 돈을 끌어올 수 있게 됐다. 두산그룹은 컨소시엄의 주력사인 두산산업개발과 두산중공업이 건설사이거나 3년간 매출구성중 건설부문 비율이 25%를 넘어 출총제 제한을 받지 않지만 대표기업인 두산산업개발의 부채비율이 472%(지난해 말 기준)에 달해 출총제가 완화되면 자금 부담을 다른 계열사로 분산시킬 수 있다. 한화그룹도 대표기업인 한화건설의 회사 규모가 작아 자금동원에 한계를 보였으나 이번 조치로 날개를 달게 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우건설 매각대금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4조-4조5천억원을 웃돌게 되면 결국 자금동원능력이 있는 회사가 차지할 수밖에 없다"며 "계열사를 통해 막강한 자금동원이 가능한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프라임산업과 유진그룹, 삼환기업 등 대우건설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업체들은 '대기업 봐주기'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한 컨소시엄의 관계자는 "본입찰이 코앞에 닥친 회사까지 출총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지나친 특혜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정부-노조 이견 '팽팽'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출총제 예외 대상에서 대우건설을 배제하지 않는 한 현장 실사 저지를 계속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대우 노조는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동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투기자본감시센터, 우리사주 공대위 등과 함께 출총제 완화, 폐지를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정창두 노조위원장은 "출총제 예외를 인정해주면 대기업의 돈풀기로 인수전이 '머니게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출총제 완화 대상에 대우건설을 제외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입찰을 다시 시작하지 않는 이상 매각 실사를 강력하게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그대로 밀고 나갈 태세여서 노조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9일 관련 법안의 입법예고가 끝나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4월 중순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우건설도 컨소시엄의 출자 시점(주권을 교부받거나 주식대금을 지급한 날)에서 법의 효력이 발생한다면 출총제 예외 대상에 포함할 수밖에 없다"며 "조만간 이런 내용을 노조측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자금관리위원회나 주 채권자인 자산관리공사는 "출총제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개정한 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대우건설 매각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로는 현장 실사가 오는 29일 공정거래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끝날 때까지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초 4월 중순께로 예정됐던 대우건설 본입찰도 기약을 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