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태영 KBS 두바이 주재 특파원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에 의해 피랍된 지 꼭 만 하루만에 무사히 석방됐다. 15일 외교통상부의 발표에 따르면 용 특파원은 14일 오후 9시30분께(한국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디라호텔에서 무장한 PFLP(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 요원들에 의해 납치됐다 15일 오후 9시30분 팔레스타인 경찰을 거쳐 주이스라엘 한국대사관측에 신병이 넘겨졌다. 용 특파원의 피랍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세계에 타전된 것은 14일 오후 11시께. 이보다 1시간 가량 앞선 오후 9시50분께 국가정보원은 한국인 피랍 첩보를 입수한 뒤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정보망을 총가동해 사실확인에 나서는 한편 NSC(국가안전보장회의)와 외교통상부 등 관련 정부부처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이 때부터 정부는 즉각 미국과 이스라엘 등 타국 정보기관에도 정보제공을 요청하는 등 범정부적으로 비상시스템이 가동됐다. 사실확인에 발을 동동 구르던 정부가 피랍 사실을 공식으로 확인한 시점은 주이스라엘 우리 대사관이 외교부에 보고한 오후 11시. 정부는 즉각 이규형(李揆亨) 제2차관을 반장으로 외교부 긴급대책반을 가동하면서 `용 특파원 구출작전'에 본격 돌입했다. 이어 외교부는 자정을 전후해 팔레스타인 대표부 대표인 마영삼 공사참사관 등 주이스라엘 대사관 직원 2명을 가자지구 검문소로 급파했다. 우리 정부의 국제적인 협조 요청도 더욱 구체성과 적극성을 더해갔다. 15일 오전 1시께 최영진(崔英鎭) 주유엔 대사가 유엔에 용 특파원의 석방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자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인질의 무사귀환을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의 긴밀한 협조도 이어졌다. 아르헨티나에 출장 중이던 반기문(潘基文) 외교장관이 오전 3시께 나세르 알-키드와 팔레스타인 외교장관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용 특파원의 무사귀환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고 알-키드와 장관도 적극 호응해왔다. 이는 작년 6월 우리나라 외교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반 장관이 팔레스타인을 공식방문한 것을 계기로 알-키드와 장관과 친분을 쌓아놓은 것은 물론 양국간 외교관계가 한층 가까와진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는 후문이다. 오전 3시30분까지 용 특파원은 주이스라엘 우리 대사관과 2∼3차례, 용 특파원 가족과 1차례 정도 직접 통화를 하면서 무장세력의 납치목적과 자신의 안전함을 알려왔다. 무장세력이 비록 비인도적인 납치를 감행했지만 전화통화를 허용한 점에 비춰 용 특파원의 무사생환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는 상황이었다. 이 즈음에 용 특파원과 같은 호텔에 있다가 다행히 피신한 카메라맨인 신상철씨는 팔레스타인 경찰의 보호를 받다가 주이스라엘 우리 대사관에 무사히 인도됐다. 우리 정부는 오전 6시 외교부와 국가정보원, 국방부, 경찰 등 테러 관련부처의 국장급이 참석하는 테러대책 실무위원회를 열고 대책 숙의에 들어갔다. 오전 9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통한 간접협상에 나섰던 정부는 "용 특파원은 현재까지 안전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 용 특파원의 무사귀환은 물론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신중한 접근법을 택했다. 오전 10시께 달갑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무장세력과 팔레스타인 정부간 협상이 접점을 찾지 못해 일시 중단되고 현지시간으로 오전에 재개될 것이라는 보도였다. 이어 오후 1시35분 정달호 외교부 재외국민영사담당대사 등 현지대책반이 팔레스타인 현지로 출국한 데 이어 오후 3시에는 김승규 국정원장 주재로 정부 장.차관급 테러대책 상임위원회가 1시간 가량 지속되는 등 정부 움직임은 가속화됐다. 오후 6시. 외교부는 이날 새벽 용 특파원이 주이스라엘 우리 대사관측과의 통화에서 PFLP가 자신들의 지도자 아흐메드 사다트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감행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에 대한 한국의 협조를 요청했다는 메시지를 공개했다. 일순간 용 특파원 감금이 장기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대두되기도 했다. 이스라엘 당국이 한국인 석방을 위해 사다트의 신병을 쉽게 팔레스타인에 넘겨줄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오후 7시15분 정보소식통과 외신을 통해 용 특파원이 석방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고, 정부 당국자는 "무장단체로부터 팔레스타인 정부로 신병을 인계하는 단계다. 아직 넘겨받은 것이 아니니 풀려났다고 할 수 없다"고 확인해줬다. 용 특파원은 억류됐던 칸 유니스에서 60㎞ 떨어진 가자지구 경계지점까지 PFLP측과 함께 1시간30분을 이동한 뒤인 오후 9시15분께 팔레스타인 경찰서에 인계됐다. 이어 곧바로 용 특파원이 기다리던 우리 대사관 관계자들의 품에 안기는 순간에서야 24시간 동안 마음을 졸이던 정부와 온 국민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