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 대학가 상권인 신촌역(지하철 2호선) 일대는 명동,강남역과 함께 서울의 3대 상권으로 꼽힌다.


인근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3개대 학생 외에 현대백화점 신촌점 종사자 1500여명과 여의도·마포 일대 회사원 등 다양한 계층이 몰려든다.


신촌역의 하루 이용인구만 12만8000여명에 이르는 데다 수십 개의 버스 노선이 신촌사거리를 통과하는 이 일대의 유동인구는 어림잡아 하루 20만명을 넘는다는 게 상인들의 추산이다.



지난 8일 오후 4시.지하철 2호선 2,3번 출구에서 연세대 방향 좁은 인도는 인파의 물결로 가득 찼다.


신촌역 3번 출구 방향에서 연세대 정문까지는 화장품,액세서리,패스트푸드,팬시점,커피숍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대로변 가게의 특징은 강남역 상권과 마찬가지로 패션 소매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액세서리 가게의 점주 L씨는 "주 고객인 학생들을 겨냥한 패션 소품들이 꽤 잘나간다"며 "큰 욕심 내지 않고 장사하기에는 무난한 편"이라고 말했다.


반대편 신촌역 2번 출구에서 현대백화점 뒤편으로는 음식점이 밀집돼 있다.


일명 '먹자골목'이다.


보행인구가 넘쳐나지만 먹자골목 상인들 중 상당수가 "장사가 안된다"고 푸념한다.


화장품 액세서리 등의 업종과는 정반대다.


주 소비층이 씀씀이가 제한적인 학생들인 데다 연세대 등 대학 안에 웬만한 분식점 커피숍 등이 들어서면서 '빨대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점포들이 지나치게 난립해 있다는 것도 영업부진의 한 이유다.


단적인 예로 현대백화점 후문에서 연세대 앞 철길방향으로 형성된 직사각형 먹자골목 안에만 한때 유행했던 닭갈비전문점이 다섯 곳이나 들어서 있다.


한 전문점의 K점장은 "경기는 뚜렷이 회복되지 않았는데 식당이 난립하다 보니 제살깎기식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올 들어 매출이 작년보다 10~20% 정도 줄었다"고 하소연했다.


15평짜리 N돈가스집 주인 김모씨(40)는 "지난해 12월부터 하루 매출액이 60만원 이하로 떨어져 수지를 못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200만원을 내고 있는데 권리금 2억원이 아까워 장사를 그만둘 수 없는 형편"이라고 푸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먹자골목 대부분 음식점들은 3년을 못 버티고 주인이 바뀐다.


권리금이 뚝 떨어진 것은 물론이다.


삼성부동산의 이민호 대표(62)는 "명동,강남역 상권과 마찬가지로 대로변 점포들은 프랜차이즈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개인 점포는 뒷골목으로 밀려나고 있다"며 "장사가 안되는 곳이라 이면도로로 접어들면 1층을 제외하고는 권리금이 유명무실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먹는 장사가 다 안되는 건 아니다.


연세대와 신촌사거리 중간 형제갈비집에서 신촌역사로 이어지는 '명물거리'에는 손님들로 북적대는 식당이 적지 않다.


동대문 덕운상가에서 가죽가방 장사로 돈을 벌어 처음으로 외식업에 손댔다는 N부대찌개점 안중호 사장(45)은 "작년 3월 70평짜리 음식점을 내면서 권리금,보증금,인테리어 공사 등으로 모두 10억원이 들어갔고,월세는 1430만원"이라며 "현재 한 달 매출 1억원에 순익이 2000만원을 넘어 그런 대로 순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보다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인테리어와 맛을 차별화한 영업전략이 통했다는 설명이다.


젊은이들 위주의 상권답게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장사가 잘되는 편이다.


3번 출구에서 연세대쪽으로 100m 정도 올라간 지점에 있는 스타벅스는 학생과 직장인들 사이에 약속장소로 자리잡으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100평 남짓한 이 점포의 이헌석 점장(32)은 "손님 1인당 지출액인 객단가가 5000원으로 강남역점의 객단가 6000원보다 다소 낮지만 회전율은 더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들쭉날쭉한 상권 내 업황에 대해 보행자들은 "달라진 소비패턴을 상인들이 못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친구들을 만나는 장소로는 괜찮지만 먹고 즐길 만한 '분위기 있는' 점포가 없어 인근 홍대 앞 상권으로 '2차'를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신촌에 자주 들른다는 이태민씨(25)는 "신촌에는 모텔이 줄지어 있어 왠지 칙칙한 느낌을 준다"고 했고,이대 앞에서 산다는 김성오씨(26)는 "스타벅스나 할리스 같은 곳에서 커피 마시고 얘기 나누기에는 좋지만 음식점은 특별히 갈 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