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범죄 엄단을 강조했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20일 "재판은 국민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판단이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혀 주목된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신임 법관 임용식 훈시를 통해 "우리 법관에게 재판권을 수여한 주체가 국민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재판은 국민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지 판사의 이름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신임 법관들이 사사로운 감정이나 독선에 빠져서는 안되며 깊은 성찰을 통해 올바르고 균형잡힌 판단력을 키워야 한다는 당부도 이어졌다. 이 대법원장은 "결과가 공정하고 보편타당하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훌륭한 재판이라고 할 수 없다. 사람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생명력이 죽은 판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우리 법원은 사법권 독립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법관의 독립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한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여러분 뿐만 아니라 이 시대의 모든 법관들은 `법관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희생이라도 치를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관의 독립은 그 마지막에 있어 법관 개개인이 법관으로서의 모든 것을 걸고 지켜내야 한다. 법관 스스로의 독립을 통해서만 사법부 전체의 독립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법관들은 자신의 작업실에서 외롭게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의 심정으로 재판 하나하나에 자신의 혼을 불어 넣어야 한다. 재판을 하는 본인까지 감동하는 재판은 사법부의 모습을 바꿔 나갈 것이며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사법부가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 대법원장은 이달 9일 고법 부장판사로 승진한 후배 법관들을 서울 한남동 대법원장 공관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기업범죄를 엄정하게 판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상명 검찰총장도 20일 오후 서초동 대검청사에서 열린 전입ㆍ신임검사 신고식 훈시에서 "법복은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하지 못하고 실수한 것을 가려주는 `특권의 망토'가 아니라 여러분을 발가벗겨 보여주는 `투명한 유리옷'이다. 검사의 길에 감추어진 사생활은 있을 수 없다"며 공직자로서 바른 몸가짐을 강조했다. 정 총장은 또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행로와 가치관이 제각기 달랐지만 앞으로 법복의 무거움을 항상 느껴야 할 것이다. 각자의 옷 위에 법복을 덧입은 오늘부터 개인 중심의 생각과 이익 위에 국민의 인권과 정의를 수호하는 고귀하고 무거운 사명만을 올려 놓아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심규석 기자 k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