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전국 동시지방선거에서 불법ㆍ탈법 선거운동이 된서리를 맞게됐다. 법무부와 검찰이 선거사범을 `간첩 잡듯' 단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 등 관계기관도 선거사범 단속에 전례없이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어서 법 테두리를 벗어난 선거운동은 당국의 감시망을 좀처럼 빠져나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간첩 잡듯 단속' 법무부는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이 선거 문화를 혁신해 공정 선거 문화의 기틀을 다지는 전기였다면 5.31 지방 선거는 공명선거가 뿌리내리는 계기가 돼야한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선거사범 엄정단속'이야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구호지만 이번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천정배 법무장관이 10일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선거사범을 `간첩 잡듯' 단속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선거사범 단속이 입에 발린 구호에 그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경고'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대통령에게 한 연두 업무보고에서 `당내 경선 관련사범, 돈 선거사범, 불법ㆍ흑색선전사범, 공무원의 선거관여'등을 4대 선거사범으로 선정해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공천이 곧 당천으로 인식되는 지역에서 당비를 대납해주고 당원을 모집하는 행위나 당내 경선에서 표를 모아주겠다며 접근하는 `경선 브로커'가 어느 때보다 활개를 칠 것으로 보고 특히 이 부분을 집중 단속키로 했다. 여론조사 기관이나 정치 컨설팅 회사를 차려 접근하는 선거 브로커를 엄단하고 돈 선거는 계좌추적, 압수수색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엄단하겠다는 구체적인 단속안도 내놓았다. 선관위 수준의 신고포상금 제도를 검찰에 도입해 활발한 신고 활동을 유도하고 불법선거운동 단속 실적이 좋은 검사나 검찰수사관을 인사상 우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러한 일련의 강력한 선거사범 단속 방안들은 `선거 사범을 간첩 잡듯 해보라'는 천장관의 의지가 담겨 나온 것이다. ◇ 선거부정 토착세력 발본색원 이달 6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일선 지검장으로 전보된 검찰 간부 16명 가운데 4명이 연고지로 발령났다. `출신지역 발령은 피한다'는 상피제 원칙이 깨진 것이다. 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마 예상자들이 토착 비리 세력과 연계해 부정ㆍ타락 선거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만큼 현지 사정에 밝은 검사장을 보내 불법 선거의 싹을 자르겠다는 법무부ㆍ검찰 수뇌부의 의지 표현이었다. 대검 중수부가 지난달 전국 특별수사담당 부장검사 간담회를 열고 지방선거에 편승한 자치단체장ㆍ지방공무원과 개발업자 사이의 유착 등 토착비리를 발본색원토록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선거사범 단속에 대한 `당근'도 확실히 보장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천 장관은 "선거사범 단속에 유능한 실적을 발휘하는 검사와 수사관을 인사상 우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선거사범을 적발하면 특진 기회를 주는 것처럼 검찰에도 같은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이다. 정치인 장관 출신이 과연 중립적인 위치에서 공정한 선거를 지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천 장관은 "선거사범 수사 과정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고 공정한 입장을 유지하며 적법 절차를 준수하고 여야나 지위 고하를 불문하고 중립적으로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선거사범들의 소속 정당을 불문하고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 강력하게 처벌함으로써 공정성 시비를 없애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성현 기자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