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31일 헤르메스 자산운용(이하 헤르메스)을 73억원에 약식 기소하면서 앞으로 외국계 자본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국내 법에 따라 엄벌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에 따라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미국계 사모 펀드인 론스타도 형사 처벌받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펀드매니저의 단독 범행 삼성물산 주식의 5%(777만여주)를 갖고 있던 헤르메스는 2004년 12월 한 언론 보도를 통해 삼성물산을 인수·합병(M&A)할 세력을 지원하겠다는 사실을 흘려 주가를 끌어올린 뒤 삼성물산 지분을 전량 매각,292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다. 이 같은 범죄 행위를 적발한 증권선물위원회는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헤르메스 펀드와 한국 투자를 담당하고 있던 헤르메스 소속의 펀드매니저 클레멘츠씨,클레멘츠씨의 언론 인터뷰를 주선한 김모 전 대우증권 대리를 지난해 8월 검찰에 고발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헤르메스의 주가 조작을 클레멘츠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 짓고 김씨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클레멘츠씨는 삼성물산 M&A설에 대한 언론 보도가 나간 다음 날인 2004년 12월2일 김씨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Good article,very aggressive(매우 공격적인 기사 참 좋아)"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클레멘츠씨를 고용한 헤르메스 펀드를 양벌 규정에 의거,73억원에 약식 기소했다. 헤르메스 펀드는 292억원의 시세 차익을 얻었지만 불법적으로 얻은 부당 이득액은 세금과 수수료 등을 뺀 73억원이라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영국 금융당국이 헤르메스 펀드를 직접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론스타,이번엔 처벌받을까 외국계 펀드로는 처음 헤르메스가 형사 처벌을 받으면서 다음 타자로 거론되고 있는 론스타에 대한 검찰의 처리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론스타는 작년 10월 탈세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1400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으며 국내 법인 등은 검찰에 고발돼 현재 수사받고 있다. 그동안 검찰은 론스타와 관련해 2개의 사건을 수사했지만 모두 무혐의로 종결한 바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2004년 9월 론스타가 불법 채권 추심 영업행위를 했다며 금융감독원이 수사를 의뢰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냈고 작년 5월에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가 동아건설 채권매각 입찰 과정에서 배임 혐의로 고발된 론스타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찰이 고발인 조사와 철저한 법리 검토를 통해 론스타 처벌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예전과 다른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재판에서 공방 이어질 듯 헤르메스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 처분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며 향후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 자사의 법률자문팀과 협의 중"이라고 밝혀 정식 재판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대체로 피의자가 검찰의 약식 기소에 불복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하면 해당 재판부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받아들이게 된다. 헤르메스의 주가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삼성물산 소액주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불법 행위를 통한 부당 이득이 인정되면 공모 혐의가 없더라도 원칙적으로 손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증권 집단 소송 전문인 김주영 한누리 변호사도 "주가조작 혐의가 인정되면 소액주주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다"며 "외국계 펀드에 대해 형사 처벌한 전례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