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갤러리] '먼 강물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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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구나
다시 들녘에 눈 내리고
옛날이었는데
저 눈발처럼 늙어가겠다고
그랬었는데
강을 건넜다는 것을 안다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 길에 눈 내리고 궂은 비 뿌리지 않았을까
한해가 저물고 이루는 황혼의 날들
내 사랑도 그렇게 흘러갔다는 것을 안다
-박남준 '먼 강물의 편지' 부분
한 번 간 세월은 돌아오지 않는다.
올해에도 남들에겐 사소하지만 내겐 중요한 일들이 수없이 흘러갔다.
돌이킬 수 없는 세월, 그 거침없는 흐름을 보면서 우리는 안타까워 한다.
한 해를 시작할 때 퍼올렸던 크고 작은 꿈들은 이제 기억의 저 편으로 묻혀질 것이다.
덧없는 세월 속에서 건져내 의미를 줄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쓸쓸하고 미진한 가운데 이렇게 한 해를 보낼 뿐이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다시 꿈을 안고 새해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
돌이켜 보면 아쉽고 허망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는가.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